▲ 지난 1일 경북 문경의 폐채석장에서 십자가에 매달려 숨진 채 발견된 김모(58)씨의 천막에서 발견된 메모. 메모는 십자가 제작방법 등이 적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경북 문경에서 십자가에 매달려 숨진 채 발견된 김모(58)씨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타살이나 제3자 개입 증거가 없다며 자살 쪽에 무게를 두고 김씨의 행적 조사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자살로 보기엔 수법이 엽기적이어서 이 사건과 관련해 자살 협조자가 있다거나 살해됐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사망 원인이나 사건 경위 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겠지만 현재는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김씨의 딸 "실행계획 등 부친 필체" = 경찰은 숨진 김씨가 지난달 중순께 경남 김해의 한 제재소에서 목재를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아직 톱이나 드릴 등 공구를 산 곳이 어디인지는 확인하지 못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현재는 제3자 개입 증거가 없고 특별한 타살 증거나 혐의가 없다고 밝혀자살 쪽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 경북 문경시 농암면의 한 폐채석장에 십자가에 매달려 숨진 김모(58)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못과 나무토막이 남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십자가 제작법이나 규격, 실행계획 등을 적어 놓은 A4용지 3장에 나타난 글씨의 경우 김씨의 딸로부터 김씨 필체가 맞다는 진술을 확보하고정확한 필적 감정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놓았다.

 김씨가 평소 자신을 예수와 동일시하며 기독교에 깊이 빠져 있었다는 택시기사 동료나 지인의 진술도 확보됐다.

 2년 전쯤 문경에 찾아온 김씨와 만난 전직 목사 A씨는 "김씨는 당시 얘기를 나누던 중 '신체는 달라도 삶이 그리스도의 정신이라면 내가 예수가 아닌가'라는 말을했다"고 전했다.

 십자가를 만드는 데에 사용된 톱이나 드릴, 칼 등 각종 공구가 현장에 고스란히남아 있었던 것 또한 김씨의 자살을 뒷받침한다.

 4월 초에 혼자 살던 집을 정리했고 숨진 시기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지 3일 만에 부활한 것을 기념한 부활절과 비슷한 점으로 미뤄 경찰은 일단 자살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무엇보다 특별한 타살 혐의나 제3자 개입 증거가 없다는 점이 자살로 보는 유력한 이유다.

 일각에선 손바닥을 관통한 못 끝에 살점이 붙어 있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으나경찰은 못이 녹슬어 피부처럼 보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씨의 행적을 조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 통화내역이나 금융거래내역, 도구 구입처 등을 조사하고 있고 도구 등에 남은 지문이나 DNA 분석을 의뢰했다.

 문경경찰서 김용태 수사과장은 "일각에서 최초 발견자에게 의심을 품고 있지만 그 분은 발견자이고 신고자이며 수사협조자로 혐의점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며 "목재 구입처는 확인했으나 톱 등의 도구 구입처는 확인하지 못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꼬리 무는 의문점들 = 경찰은 국과수 분석이 나와야 결론 내릴 수 있겠지만 일단 김씨의 사망 원인이 십자가에 묶인 끈에 목이 졸린 점과 흉기에 찔린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발견된 실행계획서에 따르면 김씨는 스스로 양 발에 못을 박고 손에 구멍을 냈으며, 흉기로 배를 찌르고 목을 맸다.

 수법이 엽기적이어서 어떻게 혼자서 고통을 참고 실행에 옮겼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도 한쪽 손에 구멍을 내고 그 손으로 나머지 손에 구멍을 내는 일은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은 최소한 김씨의 자살을 도운 인물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는 종교적 믿음이 그런 행위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하지만 그가 왜 그런 고통을 참고서 자살했는지 의문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

 또 4월 초에 새 4륜구동차를 구입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으로 꼽힌다.

▲ 십자가에 매달려 숨진 김모(58)씨가 발견된 경북 문경시 농암면의 한 폐석장. (사진=연합뉴스)

 물론 사건 현장은 일반 승용차로 접근할 수 없고 4륜구동차로 간신히 갈 수 있는 곳이어서 구입 필요성은 있었다지만 굳이 왜 새 차를 샀는지는 아직 그 까닭을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물을 국과수에 감식 의뢰했지만 제대로 감식할 수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인 4월22일과 30일 문경에 각각 39㎜와 37㎜의 비교적 많은 비가 내려 혈흔 등 일부 증거가 소멸됐고 망치 등 도구에서도 지문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혈흔만 해도 사망 시점을 알 수 있는 중요 증거 가운데 하나로 꼽히지만 빗물에쓸려가 수사에 혼선을 주고 있다.

 만약 현장에 남은 도구에서 지문이나 DNA가 남아 있지 않았다면 자칫 사건이 복잡한 양상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드릴이나 망치 등의 도구에서 타인의 DNA가 검출된다면 타살이나 제3자 개입 가능성이 커지지만 검출되지 않는다고 해도 타인이 증거를 인멸했을 수 있어 자살로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식을 통해 사망 원인이나 경위 등을 판단할 수 있고 외부의 힘에 의한 것인지 본인이 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아마 비 때문에 지문 감식은 어려울 것으로 보며 DNA 감식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