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이 인하 방침(4월7일)을 발표한 이후 가격이 내려간 채 보합세를 한동안 유지한 주유소 기름 값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인하 방침이 적용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정유사가 약속한인하폭(ℓ당 100원)에 미치지 못하는 60원가량만 하락하고서는 다시 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가 느끼는 인하 효과가 예상과 다르자 일각에서는 일부 주유소가 인하된 공급가를 판매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주유소업계는 이에 국제 석유제품가격이 정유사의 인하 시기와 맞물려 상승함에따라 공급가격이 오르면서 인하분이 상쇄됐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달 들어 시작된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의 상승세는 국제 유가 강세의 영향을 받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100원 인하 방침…60원 하락에 그쳐 = 고공행진을 하던 기름 값은 정유 4사의 인하 방침 적용에 바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179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오른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인하가격 적용시점 하루 전인 지난달 6일(1천970.92원/ℓ) 비로소 떨어졌다.

 이후 며칠 간 하락세를 이어가더니 4월11일 ℓ당 1천943.65원으로 최저점을 찍고서는 1천944원~1천946원에서 한동안 등락을 반복했다.

 인하 방침 적용 이후 한 달 동안 휘발유 값 최대 인하폭은 27원가량으로 집계됐다.

 이는 추후 요금청구 때 혜택이 적용되는 신용카드 할인과 OK캐시백 포인트 적립방식을 택한 SK에너지의 할인가를 반영하지 않고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3개 정유사의 주유소를 기준으로 산출한 가격이었다.

 SK에너지의 할인가를 반영하면 휘발유와 경유 평균가격의 인하폭은 60원가량으로 추정됐다.

 휘발유 가격 인하가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하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고,정유업계에서는 일부 주유소업자가 싼값에 기름을 공급받아 놓고서도 공급가 인하분만큼을 일선 소비자가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유소업계는 정유사의 인하시기가 국제 석유제품가격 상승기와 맞물려 정유사의 공급가격이 인상되면서 인하분이 상쇄됐기 때문에 인하폭이 예상과는 달랐다고 반박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도 기름 값이 현상적으로 ℓ당 60원 내렸지만, 석유 국제제품가 상승에 따라 국내 석유제품 공급가격이 30원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90원 하락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유소 기름 값 보합세 끝…상승세로 전환 = 휘발유 평균가격은 인하 적용 시점인 지난달 7일 전날보다 ℓ당 15.12원 내려 인하폭이 컸다.

 이후에도 소폭으로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1~3원 정도의 하락에 그쳤다.

 지난달 11일 이후부터는 휘발유 값이 1원 이내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보합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달 말 1천945~1천946원에서 정체한 휘발유 값은 5월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3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전날보다 ℓ당 3.55원 올라 1천949.37원을 기록한 데 이어 4일에는 한 달 만에 1천950원대(1천950.59원)를 넘어섰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지역 주유소에서 팔린 평균 휘발유 값이 3일 ℓ당 2천20.37원으로 전날보다 무려 12.21원이나 올랐다.

 4일 기준 서울지역 휘발유 값은 2천24.52원으로 정유사 인하 조치 전 최고치였던 지난달 5일(2천23.43원) 가격을 뛰어넘었다.

 자동차용 경유의 전국 평균가격 역시 1천796.62원(4일 기준)으로 한 달 전 최고가격(1천801.84원, 4월5일)에 육박했다.

 국내 기름 값에 영향을 주는 국제 석유제품가격이 최근까지 상승 국면을 이어가고 있어 휘발유 및 경유 가격 인상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 공급가 인하 이후 국내 석유제품가격은 보합세를 보였지만 최근 중동ㆍ아프리카 산유국의 정정불안 등으로 국제 제품가격이 강세로 돌아서 국내 가격도 점진적인 상승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석유공사는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