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정부가 기획재정부·농림수산식품부·국토해양부 장관 경질 등 5개 경제부처에 대한 부분개각을 단행했다. 정치인을 배제하고 해당분야 공무원 및 학자 출신을 중용했을 뿐 아니라 고질적인 회전문 인사도 최소화했다. 지난 4·27재보선에서 확인된 민심을 반영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물가안정, 양질의 일자리 창출, 양극화로 인한 사회갈등 해소, 뱅크런 우려불식 등 난제들이 산적한 때문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저축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다.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금융권이 저지를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비리가 자행되었다. 대주주 및 임직원, 감독당국, 거액 예금주, 정치권이 야합해서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었던 것이다. 오죽했으면 이명박 대통령이 금융감독원을 질타했겠는가.

구린내 나는 곳은 이뿐 아니다. 권력형 비리 재발의 개연성이 큰 터에 정관계 유력인사들일수록 접대비를 자비로 결제하는 사례는 극히 드문 형편이다. 방산비리 및 공공부문의 인사파행혐의가 잇따라 불거지고 대기업 오너들의 불법비자금 조성사례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에는 중고교 검정교과서 값의 20~40%가 리베이트로 상납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으며 명지학원 전 이사장은 거액의 교비를 유용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지방토착비리도 여전해 경남 김해시의회 의장은 토취장사업자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가 쇠고랑을 찼다. 도처에서 냄새가 진동하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는 5.4점으로 2년 연속 축소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평균 6.97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부정부패도 점차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경쟁국인 일본, 대만과 대조적이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는 하나 부패불감증이 도를 넘어선 느낌이다. 그동안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정사회 운운했으나 별무성과였던 것이다.

사정(司正)의 당위성이 크다. 그러나 최근 제일저축은행의 사례에서도 확인되듯이 자칫 한국판 금융위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사회 저변에 쌓인 먼지들을 털어내지 않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 탓이다. 정부와 여당은 내년 총선을 의식해서라도 비리척결에 팔을 걷어 붙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