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기아차그룹이 5일 대북사업을 포함한 현대그룹 사업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함에 따라 현대그룹의 암울한 장래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투신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 일각에서는 친형 정몽구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현대그룹 지원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는데, 현대기아차그룹이 “시장경제 논리상 어렵다”며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도 현대그룹 지원에 관여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 변화에 맞춰 정 회장 죽음으로 구심점을 잃은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기존의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강화하면서 각자 독자 생존의 길을 찾아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경우 말이 독자 생존이지 현대그룹은 사실상 완전 해체의 수순을 밟아간다고 봐야 한다.

고 정몽헌 회장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현대아산의 경우 대북사업은 당분간 김윤규 사장 중심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정부 도움 없이는 정상화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정부나 공기업 영향권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미 개성공단 사업에는 한국토지개발공사가, 금강산 관광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일정 부분 참여하고 있다.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정몽헌 회장의 장모 김문희씨가 최대 주주로 있지만, 지금까지 계열사 경영에 거의 상관하지 않았고 정 회장 사후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상선은 이미 노정익 사장 중심의 독자 경영 체제를 확립한 상태고,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택배도 전문 경영인이 맡고 있다. 현대증권과 현대투신증권 등 금융 계열사들은 현대그룹 의사와 상관없이 매각될 운명에 놓여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시장 논리상 정몽구 회장 등 형제들이 현대그룹을 돕기는 어렵다”면서 “각 계열사별로 이미 살 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