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前官) 변호사의 사건 수임을 제한하는 변호사법 시행을 목전에 둔 가운데 1ㆍ2심 법원의 대표격인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의 수장이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욱서(56ㆍ사법연수원 8기) 서울고법원장은 11일 "(변호사법 적용을 피해) 사직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임제한을 피하려고 조기 사직하면 전관예우가 있다고 인정하는 셈이 된다"며 "후배 법관이 무슨 낯으로 재판을 하겠냐"고 이유를 설명했다.

   구 법원장은 올해 8월 말이 임기 만료여서 개정된 변호사법이 시행되면 1년간 서울고법 사건을 맡을 수 없으므로 조기 사직할지 모른다는 일각의 관측도 있었다.

   그는 "법원에서는 전관예우가 없다고 하는데 국민은 있다고 본다. 만약 전관으로서 예우받으려고 사표를 낸다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라며 "변호사법 개정이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법관 예비 후보였지만 제청되지 않아 거취가 주목됐던 이진성(55ㆍ10기) 서울중앙지법원장도 법복을 벗지 않기로 했다.

   이 원장은 이용훈 대법원장이 박병대(54ㆍ12기) 대전지법원장을 대법관 후보로 제청한 이후 진로를 고심했으나 결국 현재 자리를 지키기로 마음을 정했다.

   이 대법원장은 앞서 9일 이 법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전관 수임을 제한하는 변호사법 개정안 시행이 임박한 시점에서 사직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고 법원장의 잦은 인사이동이 재판 업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성 원장은 "변호사법 시행 등 외부 상황에 연연하기보다는 법원의 안정을 지키는 게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동명(54ㆍ11기) 의정부지법원장은 지난 9일 대법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후배 법관에게 추월되면 그만두겠다는 평소 생각에 따라 (후배인 박 원장이 제청됐기 때문에) 사직서를 낸 것"이라며 "애초 의정부 지역에서 개업하려던 생각도 없었고 변호사법 개정과 사직은 무관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11일 오전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법관, 검사, 군법무관, 그 밖의 공무원에 재직한 변호사(공직퇴임변호사)는 퇴직하기 전 1년간 근무한 국가기관이 처리한 사건을 퇴직일부터 1년간 수임할 수 없게 하는 변호사법 개정 공포안을 처리했으며 이 법은 수일 내 효력을 발휘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