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영광 해역에서 몸에 황갈색의 이물질이 붙은 민꽃게(돌게)가 잡혀 어민들이 울상인 가운데 이 이물질의 정체가 국내 학계에 전혀 보고된 적이 없는 하등한 무척추동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전남 영광 해역에서 발견된 민꽃게(돌게)에 붙은 이물질이 국내 학계에 전혀 보고된 적이 없는 생명체로 밝혀지면서 그 정체에 궁금증을 낳고 있다.

   영광군청으로부터 이 이물질에 대한 성분분석을 의뢰받은 국립수산과학원은 `국내에 보고된 적이 없는 하등한 무척추동물'이란 것 외에 알 수 있는 것이 없다고 결과를 통보해 왔다.

   애초 이 황갈색 이물질이 어패류에서 흔히 발견되는 해면동물이거나 군체 멍게 또는 이끼 벌레(태형동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생각했던 수산과학원 박사들도 적지 않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수산과학원 김정년 박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생명체여서 놀랐다"면서 "외국의 자료와 문헌 조사를 통해 이 생명체의 정체를 밝혀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산과학원 측은 이 생명체의 종명(種名)을 밝혀내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생명체의 정확한 이름이 나오더라도 몇 가지 의문점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민꽃게는 서해안은 물론 우리나라 전역에서 잡히는 데 왜 영광 낙월, 송이, 안마도 등 3개 도서 주변 해역에서 난 민꽃게에만 이런 이물질이 붙어 있느냐는 점이다.

   간장 게장용으로 많이 쓰이는 민꽃게는 주로 조수 웅덩이를 포함하는 조간대 하부에서 수심 45m까지의 모래 진흙이나 암초 지대에서 많이 발견된다.

   또 하나는 과거에도 한두 마리씩 같은 모양의 이물질이 붙은 민꽃게가 잡힌 적이 있지만 유독 올해 그 개체 수가 많이 늘어난 이유도 미스터리다
민꽃게 어가들에 따르면 올해 100마리당 최소 40마리 이상의 민꽃게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밖에 이 생명체가 다른 바다 생물에 기생하면서 산다면 민꽃게 이외 다른 어패류에서는 왜 발견되지 않느냐 하는 점도 해양 생물 전문가들이 밝혀내야 할 과제다.

   일단 지구 온난화 등 기상 이변에 따른 해양 생태계 변화로 그런 생명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해당 이물질의 발생 배경은 물론 발견 해역 등에 대한 정밀 생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영광원전과 이번 이물질을 연관시키고 있지만, 민꽃게 채취 해역과 온배수가 방류되는 원전과는 수십 km 떨어져 있어 관련성을 언급하기에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국립수산과학원 조사와 별도로 영광수협이 한남대 측에도 해당 이물질의 성분 분석을 의뢰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바다 생물 권위자인 한남대 심정자 명예교수는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해면동물이나 군체 멍게는 아닌 것으로 보이며 연체동물의 알 일 수도 있다"면서 "정확한 분석 결과가 나오려면 1주일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영광수협 관계자는 "두 기관의 성분 분석 결과와 관계없이 이 이물질로 인해 민꽃게의 상품가치가 현저히 떨어져 어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면서 "왜 이런 일이 영광에서만 벌어졌는지 원인과 함께 관계 기관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