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유력기관 출신이 증권사 사외이사를 싹쓸이하면서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부 건전성 강화보다 방패막이로 변질될 우려 때문이다. 부산저축은행의 백화점식 비리 등으로 인해 금융권에 대한 개혁요구가 비등한 가운데 나온 힘있는 기관의 사외이사 소식은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비칠 수 있다. 검찰조사와 별도로 금융권 스스로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도 '해온 대로 할 것은 하겠다'는, 변화를 거부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선임에 들어갔다. 실망스러운 것은 대상 면면이다. 지청장 및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 변호사, 장관·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 출신, 지방국세청장·조달청장을 지냈거나 금감원 전문위원, 전 지방검찰청 외사부장 검사 등이 그들이다. 앞선 경험을 바탕으로 인물평을 해보면 전문가 그룹이라기보다는 광폭인맥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전문성을 고려하면 해당 업무를 경험했거나 법률·학문적 지식이 풍부한 인물로 후보군이 자연스럽게 압축될 수밖에 없다는 옹호론자의 변론도 있다. 그러나 내부 운영에 대한 견제세력이 아닌 외풍을 막는 보호막으로 여기는 비판론자의 문제성 지적이 우세하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검찰과 국세청, 금감원 등 외풍을 막아낼 수 있는 기관 출신의 인물이 다수 포진해 있어서다. 사회적으로 문제시되고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산 금융사고가 관련 업무를 관리 감독하는, 절대 권력의 전문기관이 깊숙이 관여해 끝장 드라마를 연출했다는 것에서 청렴성과 도덕성을 담보받지 못한다.
선임 대상에 오른 이사후보들의 도덕성을 의심하거나 인물 됨됨이를 폄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관련 분야에 힘있는 분들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굳이 그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려는 의도자체가 의혹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3월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을 금융·경제·경영·회계 전문가로 구체화하는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만들어 발표했다고 한다. 이를 지키려는 증권사는 찾기 힘들다.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 이유겠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사정이 있다는 의심이 더 크다. 변화를 거부, 더 큰 화를 부르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방패막 의혹받는 증권사 사외이사
입력 2011-05-16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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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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