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혜민기자]우리나라의 다문화가정 중 상당수는 '가난'과 '질병'이라는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저소득층이거나 이혼으로 결손가정이 된 상황에서 생계에 바쁜 부모들은 아이들을 보살필 여유가 없다. 아이들이 비행에 물들어가거나 질병으로 고통을 받아도 부모들은 속수무책이다.

수원에 사는 중학교 1학년 A군은 얼마 전 또 물건을 훔치다 붙잡혔다. 고물을 수집하는 아버지와 일용직으로 일하는 베트남 새어머니의 돈벌이로는 A군을 포함한 4명의 형제들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하면서 절도가 습관이 돼 버린 것이다. A군의 집은 아이들 교복도 못 살 정도로 가난에 시달리고 있고, 절박한 생계 문제로 부모는 아이들을 돌보는 게 힘에 부친다. 이미 수차례나 경찰서를 드나든 A군은 '필요한 것이 있으면 훔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주변의 도움마저 거부하는 등 심각한 사회적 일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A군의 어머니는 "돈벌이에 급급해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조차 모를 때가 많다"며 "아이들이 잘못될까봐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필리핀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B(13)군과 동생 C(9)군은 견디기 힘든 병마와 싸우고 있다. 어머니가 물려 준 혈우병을 두 형제 모두 앓고 있다. 게다가 B군은 지난 2009년 뇌수막염까지 앓았다. 불행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아버지마저 척수염에 걸려 통증을 호소하더니, 정신분열 증상까지 나타나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한국어가 서툰 어머니가 일용직 일을 하면서 근근이 버텨가는 동안 아이들은 돌봐줄 사람도 없이 외롭게 자라고 있다.

4살이 된 D군은 태어날 때부터 뇌병변 질환을 앓아오면서 병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위루관 삽입 수술까지 했다. 아이의 치료비를 벌어야 할 아버지는 얼마 전 회사를 퇴직했다. 중국인 아내가 갑자기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쓰러져 입원하면서 아버지는 회사에 휴직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일을 그만두면서, 세 가족은 치료비조차 마련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이처럼 어려움에 처한 다문화가정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사회적인 지원은 취약하기 그지없다.

용인 이주노동자 쉼터 고기복 목사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학업 중도 탈락이 절반 가까이에 이르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아이들을 위한 장학 사업을 하는 곳이 한 군데도 없을 만큼 사회적 외면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한편 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 (031-234-2352)는 이들 아동의 후원자를 모집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