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정의종기자]한나라당 정두언 전 최고위원이 22일 전격적으로 '7·4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당내 소장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암투'가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4·27 재보선 패배로 당내 '쇄신바람'이 불었지만, 소장그룹을 대표하는 당권주자로 거론되면서 정 전 최고위원을 비롯한 소장파들의 진정성에 의심을 받아왔다.
당권 및 총선 공천권을 놓고 쇄신그룹이 '세력 다툼'에 뛰어든 것처럼 비쳤고, 쇄신국면에서 충돌한 친이(친이명박)계에서 "당권을 차지하려고 쇄신그룹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정 전 최고위원의 향후 거취가 쇄신그룹의 순수성과 직결되는 상황에 이르렀고, 정 전 최고위원은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전대 불출마 및 쇄신을 위한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당내에서는 새로운 쇄신 목소리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직전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쇄신의 진정성을 내세워 세력·인물 교체의 새로운 바람을 향한 첫 걸음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 당권주자인 김무성 전 원내대표, 홍준표 전 최고위원 등이 실질적 책임이 있으면서도 거물급 후보로 부상하는 것도 정 전 최고위원의 불출마 선언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공동책임을 져야 할 두 사람의 입지가 커지면서 세대교체의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친이계'에서 거부감이 덜한 원희룡 전 사무총장을 대안으로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면서 당내 헤게모니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그래서 정 전 최고위원의 불출마는 앞으로 있을 소장그룹의 진로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경필 의원과 친박(친박근혜)간 단일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과정에서 정 전 최고위원의 역할론이 나오고 있고, 반대로 친이계에서 거물급 후보 또는 또다른 소장그룹의 원희룡·나경원 의원을 대안으로 내세울 경우 소장파들간의 권력싸움으로 확전될 개연성이 높다.
이런 변화 바람은 25일 당헌·당규 개정을 위한 의원총회를 시작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