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5년부터 진행된 한·미 미사일협상이 17일(한국시간) 타결됨으로써 21년동안 사거리 180㎞로 묶여왔던 한국의 미사일 방위능력이 크게 향상되게 됐다.
 한·미 양국은 宋旻淳 외교부 북미국장과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가 수석 대표로 참석한 가운데 미국 국무부에서 열린 협상에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의 정신을 존중하며 한국의 안보 수요에 적정한 수준 만큼의 미사일 개발”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지난 2월 열린 공식 회담에서 40여개 세부사항의 대부분을 타결한 양측은 그동안 수차례의 비공식 협의를 통해 극소수의 쟁점들에 대한 의견 접근을 시도한 끝에 지난 7일 워싱턴 한·미·일 3자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때 이루어진 宋 국장과 아인혼 차관보의 회동에서 협상 타결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이번 협상 타결로 사거리 300㎞, 탄두중량 500㎏까지의 미사일 개발·생산·배치가 가능하고 순수 연구·개발(R&D) 차원에서는 사거리 300~500㎞의 미사일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지난 79년 미사일 개발 기술을 얻기 위한 '현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미국에 사거리 180㎞ 이상의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겠다는 '자율규제 서한'을 전달했으나 시일이 지나면서 우리의 미사일 개발능력을 제한하고 국방주권을 침해하는 '불평등조약'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은 또 조만간 미국의 지원하에 MTCR 가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MTCR가입국은 사거리 300㎞ 이상, 탄두중량 500㎏ 초과 미사일 및 관련기술과 시설들을 통제받지만 미국같은 미사일 선진국들과는 자유롭게 미사일 기술을 교환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양국은 민간 부문의 로켓 개발을 자유롭게 허용하기로 합의함으로써향후 위성 발사 등 한국 민간부문 기술개발의 진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양측은 한국의 '자율규제' 통보방식 등 일부 기술적 문제에 대해 견해가 엇갈림에 따라 향후 외교경로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기로 했으나 정부가 미사일개발에 관해 비공개로 '미사일 정책선언'을 발표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미국은 구속력이 강한 '양해각서' 작성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한편 정부는 한·미 미사일 사거리 협상 타결이 일부의 우려처럼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한·미간에 오래전부터 진행해온 협상인데다 남북관계도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기 때문에 이번 협상타결이 남북관계에 별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