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이중희 부장검사)는 미술품 매매를 가장해 그룹 비자금을 세탁한 혐의(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서미갤러리 홍송원(58)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홍씨는 2006년 오리온그룹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고급빌라 '마크힐스'를 짓는 과정에서 조성한 비자금 40억6천만원을 입금받아 미술품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돈세탁'해 범죄수익을 숨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

   홍씨에게는 입금받은 돈 가운데 16억원을 청담 마크힐스의 한 시행사와 미술품 거래를 한 것처럼 회계처리한 뒤 해당 업체에 허위계산서를 발급해줘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그는 작년 3월 서울지방국세청이 오리온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자 이러한 부정 거래를 숨기기 위해 서미갤러리에 보관돼 있던 데미안 허스트의 유명 작품 한 점을 마크힐스의 모델하우스에 걸어두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씨는 또 2008년 8월 오리온그룹의 계열사가 판매를 위탁한 유명화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스틸라이프(Still Life, 시가 90억원)'를 담보로 잡히고 대부업체에서 95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1년 뒤 해외 경매를 통해 스틸라이프를 다시 낙찰받아 보관하면서 아들과 함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스틸라이프를 포함한 미술품 8점을 담보로 사모펀드에서 추가로 205억원을 빌렸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어 작년 8월에도 오리온그룹의 위장계열사 I사가 위탁 판매를 요청한 루돌프 스팅겔의 그림 '언타이틀드(Untitled, 시가 8억1천만원)'와 다른 미술품 3점을 담보로 상호저축은행에서 80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시가 90억원 상당인 '스틸라이프'를 담보로 이중 대출받은 금액 180억원과 '언타이틀드'를 담보로 해 빌린 8억1천만원, 서미갤러리에서 개인적으로 횡령한 5억5천만원 등을 합해 홍씨의 총 횡령액이 193억6천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룹 계열사 자금으로 매입된 '스틸라이프'가 담철곤 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화경 그룹 사장의 개인 집무실에 걸려 있었던 점과 I사가 그림 위탁매매에 관여한 점 등을 토대로 이들 그림이 그룹 비자금과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