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공분을 산 저축은행 비리사건이 정관계 인사들이 줄줄이 엮여 들어갈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이 7조원대 금융비리를 저지르기까지 뒤를 봐준 금융감독원 전현직 간부들이 잇따라 구속된 데 이어 MB 캠프 법률지원단장 출신이자 이명박 정부 창업공신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은진수(50)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수억대 뇌물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검찰 소환이 임박해지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저축은행 내부비리와 특혜인출 경위를 파헤치는 데 주력해온 대검 중수부는 지난 17일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정관계 로비 창구를 맡았던 것으로 지목된 금융브로커 윤여성(56.구속)씨를 체포하면서 불과 열흘 만에 사정(司正)의 칼날을 정관계 상층부로 직접 겨냥한 형국이다.

   곧 검찰에 불려올 것으로 보이는 은진수 전 위원도 윤씨와 여러 차례 접촉하면서 이메일을 주고받는 등 부산저축은행그룹 감사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과 금품, 각종 민원이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내에서 `회장님'으로 통한다는 윤씨가 검찰에서 서서히 `입'을 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도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여야 의원들이 국정조사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국회 정무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현안보고를 받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은씨의 사표를 신속히 수리하면서 엄정한 사건 처리를 지시하기도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씨의 로비 대상자 명단에 오른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더 나왔다는 설과 함께 조만간 이들에 대한 줄소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윤씨를 이번 수사의 향배를 결정할 `키맨'으로 보고 로비 경위와 대상을 캐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결과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작년 초 누적된 부실이 표면화되면서 감사원과 금융당국의 조사가 시작되자, 불법대출로 조성한 거액의 비자금을 살포하며 금융권과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퇴출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구명 로비'를 벌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검찰이 지난 25일 호남지역 출신 인사들 사이에 `마당발'로 통하는 박형선(59) 해동건설 회장에 대해 부산저축은행그룹 관련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점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박 회장의 `역할론'과 관련해서는 참여정부 시절 고위인사들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부산저축은행의 2대 주주인 박씨는 박연호(61) 회장, 김양(59) 부회장 등 부산저축은행그룹 주요 임원들과 광주일고 동문으로 윤씨와는 다른 라인에서 `투 트랙'으로 정관계 로비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하지만 2년 전 `박연차 게이트'의 후폭풍으로 폐지 압박까지 받아야 했던 중수부가 최근까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존폐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다시 참여정부 인사들을 수사 선상에 올려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번 사건 수사 초기에는 `중수부가 맡을 사안이 못 된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들어야 했던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 임원들의 금융비리 전말을 파헤치면서 `존재감'을 깊이 각인시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중수부가 자칫 정치권의 해묵은 논란이나 역풍을 부를 수도 있는 `무리수'를 두지 않고 적정한 선에서 정관계 로비 수사를 마무리 지으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수부는 천문학적인 규모인 7조원대의 금융비리를 파헤치는데 이미 100여 명의 수사인력을 투입해 3개월째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부산저축은행그룹 내부비리, 금융감독기관 부실검사, 정관계 로비, 특혜인출, SPC(특수목적법인) 비리 등 5개 축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재산환수팀까지 가동하면서 수사팀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