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명호기자]"서해5도에는 시멘트 한 포대로 집 한 채를 지었을 만큼 부실한 주택이 많습니다."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해5도 주민들은 지난 달 30일 김황식 총리가 방문한 뒤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김 총리가 서해5도 노후 주택에 대한 신축 사업을 약속했고, 정부도 이를 위한 세부계획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주민들은 정부가 약속만 지킨다면 다시는 섬을 떠날 일이 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계획을 반기고 있다. 장인석 연평면 새마을리 이장은 "서해5도 주택 대부분은 30~40년전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지어진 것들이다"며 "당시 시멘트 한 포대로 집 한 채를 지었을만큼 부실하게 공사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집들이 지금껏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며 "정부가 이제라도 신축 계획을 세워 다행이다"고 했다.

특히 서해5도의 낡은 주택들은 단열도 제대로 안돼 겨울이면 뭍의 일반 주택보다 연료비가 2~3배나 더 들어간다. 연료비 또한 주민들의 부담거리였다.

이연환 연평면 남부리 이장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해서, 집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며 "특히 노인들이 많이 사는 섬 특성상 이런 집때문에 육지로 이사가는 주민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섬 주민들은 북한의 포격보다 집때문에 생기는 불안감이 더 크다고 한다.

백령도 북포리에 사는 박신곡씨는 "손톱으로 집 외벽을 긁으면 돌 부스러기가 떨어질 정도로 시멘트 강도가 약해져 있다"며 "우리 군이 포 사격이라도 하면 집이 흔들려 불안하다"고 말했다.

인천시와 정부도 서해5도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주민들을 정착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서해5도 주민들의 정주 여건 조성이 이 섬 지원 방안의 핵심이다"며 "이를 위해선 기본적인 주거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게 정부측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강명성 연평도 주민자치위원장은 "정부가 지원해 새로운 집이 만들어지면 살맛 날 것이다"며 "정부의 이런 계획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