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와 약속어음 등 유가증권 수천억원대를 위조해 시중에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유가증권 위조단 10명을 검거해 위조책 임모(50)씨와 `총판' 이모(52)씨 등 5명을 유가증권위조 등 혐의로 구속하고 판매책 양모(44)씨와 퀵배달원 최모(57)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는 2009년 초부터 지난 4월까지 서울 도봉동에 컴퓨터, 프린터 등을 갖춘 `제조공장'을 차려놓고 액면가, 날짜 칸이 비어있는 은행발행 당좌수표ㆍ가계수표ㆍ약속어음 1만여장을 위조해 총판에게 1장당 10만~15만원에 팔아 10억원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총판 이씨는 `당좌수표 할인을 받아준다'는 광고를 일간지에 실어 진본 당좌수표와 사업자등록증을 확보해 임씨에게 건넸고, 임씨는 진본 수표를 스캔해 금액, 날짜란은 비어있고 유통 가능한 수표번호가 찍힌 유가증권을 만들어냈다.

   총판 이씨 등은 판매책이 요구하는 금액을 위조한 수표나 약속어음에 적고 고무인을 찍은 뒤 실존하는 회사의 사업자등록증 사본까지 세트로 갖춰 판매책에게 장당 30만~50만원에 팔아 40억원을 받아챙겼다.

   판매책들은 일간지에 수표ㆍ어음 관련 광고를 실어 구매자를 끌어모아 전용 퀵서비스 배달원 최씨를 통해 장당 50만~300만원에 팔았다.

   이들은 판매책, 딜러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검거될 것에 대비해 대포폰으로 연락하고 이름 대신 호칭을 부르면서 점조직으로 유가증권을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용 퀵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의뢰인의 신상을 비밀에 부치는 대가로 20만원의 수고비를 얹어주는 수법으로 속칭 `꼬리자르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유통한 위조수표 등 1만여장의 액면가 총액은 최소 수천억원에서 최대 수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이 추정했다.

   위조책 임씨는 동종전과 3범으로 위조기술을 홀로 익혔으나 유가증권 위조꾼들 사이에서 국내 최고의 위조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입소문이 나 위조 유가증권 유통업자들이 임씨가 위조한 유가증권을 찾아나설 정도라고 경찰이 전했다.

   경찰은 이들이 위조한 수표, 약속어음 등 유가증권 1천100여장(액면가 1천300억원 상당), 위조용지 등을 압수해 전량 폐기하고 위조방지 강화 조치를 마련할 수 있게 위조 수법을 한국조폐공사, 금융감독원 등에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