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저축은행그룹 측의 구명 로비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9일 오전 대검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부산저축은행그룹 측과 유착되거나 구명 로비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종창(63) 전 금융감독원장을 9일 오전 소환, 조사 중이다.

   김 전 원장은 이날 오전 9시50분께 정장 차림으로 변호인과 함께 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 도착,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김 전 원장을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재직 중 비리 의혹에 연루돼 금감원장 출신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2003년 나라종금 로비사건으로 구속기소돼 유죄를 받은 이용근 전 금감원장, 2007년 김흥주 로비사건으로 소환된 이근영 전 금감원장에 이어 세 번째다.

   초대 금감원장을 지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이정재 전 금감원장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해 2006년 참고인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김 전 원장은 지난해 평소 친분이 있는 은진수(50.구속) 전 감사위원을 통해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검사 무마 청탁을 받고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은씨한테서 "김종창 원장에게 부산저축은행 건이 잘 처리될 수 있도록 신경써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했다는 일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원장이 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았는지 추궁하고 있다.

   김 전 원장은 은씨의 혐의사실 공개와 아시아신탁 명의신탁 정황 등으로 부산저축은행 측과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뒤 시내 모처에 머무르며 검찰 조사에 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이 많아 김종창 전 원장을 자정 전후까지 강도 높게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김 전 원장이 부산저축은행에 투자한 부동산 신탁회사인 아시아신탁㈜의 임원으로 재직했던 사실에 주목, 유착 여부를 광범위하게 추궁하고 있다.

   김 전 원장은 2008년 3월 금감원장으로 취임하기 직전까지 아시아신탁의 등기이사로 재직했으며,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90억원을 투자했다가 일부를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특히 김 전 원장이 금감원장에 취임하기 직전 모두 매각했다던 부인 명의의 이 회사 주식을 실제로는 서울대 동문인 사업가 박모씨에게 명의신탁해 차명 보유한 정황을 포착해 그 경위를 캐고 있다.

   검찰은 작년 2월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은행에 대한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의 공동검사 당시 김 전 원장이 검사 중단을 지시해 검사를 1주일가량 중단시켰다는 의혹과 관련, 지시 배경을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김 전 원장이 작년 4월 감사원에 직접 찾아가 저축은행에 대한 부실검사 책임이 있는 금감원 임직원의 징계를 요구한 감사 내용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정창영 감사원 사무총장과 언쟁을 벌인 것과 관련해서도 사실 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