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의 7조원대 금융비리와 정관계 로비의혹을 수사해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잠시 수사 속도를 조절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검찰은 지난 주말 새로운 피의자나 참고인을 부르지 않는 대신 은진수(50.구속) 전 감사원 감사위원, 김광수(54.구속)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 등 아직 기소하지 않은 구속 피의자들에 대한 보강조사에 힘을 쏟았다.

   윤여성(59.구속기소) 더잼존부천 회장, 박형선(59.구속) 해동건설 회장 등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로비스트로 활동한 인물들을 상대로도 공을 들였다.

   김종창(63) 전 금융감독원장을 재소환하리라는 관측이 나돌았지만 일단 다음 주 정도로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3월15일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은행 5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한 이후 3개월 가까이 쉼없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왔다.

   그런 와중에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 합의소식이 날아들면서 한때 수사팀이 동요하기도 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지난 6일 "저축은행 수사를 끝까지 수행해 서민의 피해를 회복하겠다. 앞으로 수사로 말하겠다"고 성명을 발표한 뒤 전열을 가다듬었다.

    대검 관계자는 "이른 시일에 새로운 인물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은 없을 것"이라며 "구속 피의자들을 상대로 한 보강수사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저지른 4조5천억원대의 불법대출 ▲120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시행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각종 불법행위 ▲사업추진과 퇴출 저지를 위한 정관계 로비 ▲대주주.임원진의 은닉재산 추적 ▲영업정지 전 특혜인출 등 크게 다섯 가지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 가운데 불법대출 부분은 지난달 2일 박연호 그룹 회장 등 21명을 기소하며 일단락지었으나 나머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규명해야 할 의혹이 산적해 있다.

   SPC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인천 효성지구 도시개발사업 관련 윤여성.장동인씨, 영각사 납골당 사업 관련 박형선씨 등 3명을 구속했으나 지난 9일 순천 왕지동 아파트 사업과 관련 은행 측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로 낙원주택건설 임모 대표에게 신청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돼 제동이 걸렸다.

   120개 SPC가 관여한 사업 하나하나가 불법의 소지를 안고 있음을 고려하더라도 엄밀한 증거를 확보하지 않고는 강제수사를 지속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기에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으로 봤던 영업정지 전 특혜인출 부분도 영업정지 정보를 유출한 뚜렷한 혐의자를 쉽게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