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철순 (인천본사 경제부장)
[경인일보=]"홈플러스 입점은 절대 안됩니다. 주변 전통시장 상인들은 어쩌라구요."

"홈플러스 없으면 공사 중단이 불가피합니다. 공사비는 누가 보전해 줍니까?"

오는 8월 준공을 앞둔 2만석 규모의 축구전용경기장 건설공사가 결국 무기한 중단 사태를 맞았다. 숭의운동장 재생사업 시행사인 (주)에이파크개발은 최근 홈플러스측이 인천시 남구청에 신청한 영업개설 등록 신청이 반려되자 주주총회를 열어 공사 중단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시행사측은 공정률 87%의 상황에서 잔여 공사 및 수익시설 건립 등을 위해선 400억~500억원의 공사비가 필요한데 홈플러스 입점 무산으로 재원 조달이 어려워 더이상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초강수의 카드를 선택했다.

시행사측은 홈플러스 입점이 안될 경우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히고 있다. 우선 축구경기장 지하시설이 대형마트가 입점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타업종이 들어설 경우 리모델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수밖에 없고, 컨벤션·리테일(소규모 점포) 등의 또다른 수익시설 유치마저 힘들게 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751세대의 공동주택과 172개 점포가 들어서는 스트리트몰에 대한 분양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인천시 및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입점이 최종적으로 무산될 경우 시행사는 재생사업 자체를 포기하고 1천676억원에 대한 공사비 정산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관할 행정기관인 남구청은 '전통상업보호구역 지정 및 대규모·준대규모 점포의 등록제한등에관한 조례'에서 '전통시장에서 반경 500m 이내에는 대규모 점포의 입점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숭의운동장 홈플러스 입점을 반대해 왔다. 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500m를 벗어나 있는 용현시장, 토지금고시장, 중구 신현시장 등도 홈플러스 영향권에 있다고 보고 전통시장 보호를 사수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민주당 인천시당은 아예 당론으로 숭의운동장 홈플러스 입점 반대를 천명한데 이어 일각에서는 대체시설을 찾아보라는 요구만 무성했다. 홈플러스 대안에 대한 고민은 했는가? 인천시와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숭의운동장 도시개발사업 수익시설로 계획된 대형 할인점을 대체할 마땅한 방안을 못찾고 있다. 그동안 인천도개공은 '남구청사', '상수도사업본부', '구월농산물센터 청과물분야' 등에 대한 이전과 면세점 유치, 시립미술관 등 문화공간 설치, 도매물류단지 조성,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동시 유치 등을 분석했지만 홈플러스가 제시한 391억원의 수익을 대체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여러가지 시나리오 중 결국 마지막 남은 것은 홈플러스냐, 사업 포기냐라는 두가지 판단만 남게 된 셈이다.

그런데 남구가 해법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무조건 반대라는 입장을 보였던 남구가 '인근 전통시장의 상인들이 반대만 하지 않는다면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여지를 보인 것이다. 상생의 길을 찾아보자는 의미가 담겨있는 메시지이다.

홈플러스측은 1차 영업개설 등록신청을 하면서 11명으로 구성된 남구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에 고용, 발전기금, 매장 사용 등의 내용을 담아 제안한 상생협력 방안이 비현실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에 따라 보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달말까지 전통시장 상인들과 대화를 통해 상생 방안을 만들어 다음달에 다시 영업개설등록을 신청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상생의 핵심은 수익의 얼마를 분배에 쓰느냐에 달려 있다. 홈플러스에게는 상생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을 배려하는 마음과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나서 주길 바란다. 관할 행정기관도 방관이 아니라 대화의 장을 마련해 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