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훈 (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
[경인일보=]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요트에 올랐다.

'제1회 한반도연안 요트릴레이투어'가 시작된 지난 24일 투어의 첫 출발지인 인천북항 관공선 부두에서 42ft급 세일링요트 카트리나호에 탑승한 것이다.

한반도연안 요트릴레이투어는 (사)한국수상레저클럽과 경인일보가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행사로 해양레저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기존에 없던 요트 항로를 개척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신항로 개척이라는 '모험적 요소'가 가미돼 있는 행사인 셈이다.

괜히 멀미나 일으켜 항로 개척에 나선 전문가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요트에 타볼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다싶어 일단 갑판에 발을 내디뎠다.

요트의 '요'자도 모르는 문외한이 별다른 준비없이 요트에 오른 값은 톡톡히 치러야 했다. 무엇보다 반바지 차림인터라 빗속에서 추위에 떨어야 했다. 육지와 달리 빗방울을 동반한 바닷바람은 매서웠다. 그래도 인천대교를 지나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향해 전진하다보니 어느덧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이 정도 추위쯤이야' 하는 오기가 생기기도 했다. 다행히 큰 배가 옆을 지나갈 때를 제외하고 요트가 요동치는 일도 없어 멀미 걱정은 접어둘 수 있었다. 날씨만 좋으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았던 요트의 매력속에 흠뻑 빠질 것 같았다.

평균 8노트의 속도로 바다위를 미끄러지던 요트는 어느덧 영흥도 해역에 도달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요트 주변 해역이 온통 어망 천지였던 것이다. 지난 50년간 안몰아 본 배가 없다는 70대의 베테랑 선장과 요트 유학까지 다녀왔다는 30대 초반 항해사의 손놀림과 발걸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덩달아 요트조종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수상레저클럽 회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다행히 요트는 어망지대를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예정시간보다 1시간 더 걸린 5시간여만에 1차 목적지인 경기도 전곡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요트 문외한이 보더라도 항로를 개척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불법으로 설치한 어망이라 할지라도 어민들의 생계 수단인 어망을 손상시키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요트 문외한은 5시간여의 요트 체험속에서 두가지 소중한 경험을 했다.

우선 요트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상당 부분 좁힐 수 있었다. 요트는 그간 부유층의 전유물로 인식돼 온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막상 요트를 타보니 요트의 대중화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회원들의 설명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부산에서는 1인 2만원에 20명만 모으면 1시간동안 수영요트경기장에서 광안대교 아래까지 요트를 탈 수 있다고 한다. 4~5가족만 모이면 큰 부담없이 시도할 수 있는 해양 레저인 것이다. 최근 몇년사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성업중인 스크린 골프 연습장의 이용료와도 비슷하다. 골프 또한 고급 스포츠로 인식되면서 대중과 상당한 이격거리를 둔 적이 있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경험은 이처럼 해양레저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데도 인천의 해양레저산업 인프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열악하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것이다.

수도권에 위치해 있어 해양레저산업이 발달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고 특히 주5일제 수업 등과 맞물려 머잖아 요트를 즐기는 사람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인천에는 제대로 된 마리나 시설 하나 없다.

이로 인해 투어의 첫 테이프를 끊은 요트 카트리나호는 마리나 시설이 아닌 대형 상선들이 정박해 있는 인천북항 관공선 부두에서 상선들 사이를 비집고 나가 한반도 대장정에 나서야 했다. 인천이 한반도연안 요트릴레이투어의 출발지이면서 정작 출항식은 경기도 제부도에서 가진 일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천에 일정 수심을 확보한 요트계류시설이 없어 출항 하루 뒤인 25일 제부도 선착장에서 공식 출항 행사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해양레저산업 인프라 측면에서 볼때 국내 3대 도시 인천은 제부도만도 못한 셈이다.

갈 길 먼 인천의 해양레저산업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