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현상은 대한민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교육이 백년대계라는 철칙은 시의 고금이나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절대적이어서다. 선·후진을 막론하고 국가와 민족을 초월해 교육은 전체의 현안이라 전체의 백가쟁명일 수밖에 없다. 인간은 혜택받은 뇌의 유전적 진화와 후천적 교육에 의지해 종을 보호하고 사회를 유지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그래서 교육을 신성하게 떠받들었다.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 없었다면 인류의 문명이 가능하지 않기에 교육은 국가와 민족과 문화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틀로 기여해 왔다. 교육은 한 국가, 한 민족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의 총합이자, 시대정신의 구현이자, 보편과 특수의 교집합이다.
이처럼 거대한 교육 담론을 거론한 것은, 요즘 우리 교육문제가 미시에 집착하고 말단에 치우친다는 우려에서다. 지금 대한민국 교육현장에서는 '권리' 다툼이 한창이다.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의 권리가 매일 충돌한다. 충돌현장이 연일 언론에 중계된다. 최근 가장 큰 이슈는 '5초' 체벌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미 알려진 대로니 복기하지 않겠다. 문제는 이 사건이 교사와 학생의 권리를 다투는 쟁점으로 등장한 사실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사건을 징계위원회에 올려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심판해 '문제의 교사'에게 불문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에 해당 교사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불문경고 취소 처분 소청을 냈다. 애매한 사건이다. 교사의 주장은 "사회통념상 누구나 용인할 수 있는 정당한 지도행위였다"는 것이고,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폭행당했다"니 말이다.
그런데 이처럼 애매한 상황이 경기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에 따르면 명쾌하게 정리된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에 따르면 해당교사는 조례를 위반한 자(者)가 된다. 조례 6조는 학생체벌을 금지한다고 명기돼 있다.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의 선의와는 상관없이 조례는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설사 그것이 5초의 엎드려뻗치기라도 교사의 선의가 체벌로 실현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 대목이다. 교사가 소청심사위원회에 하소연한 사회적 통념의 문제이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법에 앞서 상식과 통념과 살아 온 인생사를 통섭해 해결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특히 교육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때려서라도 내 자식 사람 만들어 달라는 것이 바로 얼마 전까지 우리 사회의 통념이었다. 그 교사가 불문경고를 감수하면서까지 제자에게 5초 동안 엎드려뻗치기라는 벌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해당 학생에게 인간적인 감정이 있었고, 이왕 조례를 어길 생각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지금 우리 교육현장의 문제는 사제가 누천년 누적해 형성한 역사와 전통과 문화를 배제하고, 인간의 상식과 이성을 불신해서 움튼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검증한 가치를 내팽개치고 유한한 시대정신과 부유하는 민심에 영합한 정치적 고려와 개인적 철학이 문란한 정책으로 배설되고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 학생들에게 모든 유형의 체벌을 금지시켰다. 김복만 울산시교육감은 "최근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는 등 교권이 추락한 것은 그동안 교사들이 관용적으로 처리해 왔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무관용주의를 원칙으로 교권 확립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은 "교사들이 학생들의 인권까지 침해하면서 교육하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학생 인권은 교사 양심에 맡겨야지 조례까지 제정하면 안 된다"고 했다.
누구 말이 맞고 틀리고를 구별하기에 앞서 교육현장이 교육감 개인의 철학에 의해 사분오열되는 현상 자체가 참기 힘들다. 이마저도 민주주의의 가치중립적인 입장에서 수수방관해야 하는 건지 의문이다. 대한민국 교육은 지금 뒤틀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