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30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은 서민의 가계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다.

   원자재·석유류 가격 급등으로 연초부터 시작된 물가 오름세가 여전하고 집세도 고공행진을 하면서 체감 지표가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농수산물은 수급 안정으로, 공산품은 경쟁 확산으로, 공공요금은 오름폭 최소화로, 전월세는 세제혜택과 임대주택 공급으로 맞서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공공요금 인상 최소화..차등요금제 시행
하반기 물가의 최대 변수는 국민 생활에 대한 파급 때문에 그동안 억눌렀던 공공요금. 한국전력[015760]이 2008년 이후 내리 3년간 적자를 낸 것은 공공요금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다.

   11개 중앙공공요금 가운데 그나마 정부 눈치를 덜 보고 원료비 등락이 반영되는 요금은 도시가스 정도가 꼽힌다. 수년에 걸쳐 인상요인이 쌓인 요금도 적지 않다.

   정부의 조정원칙은 에너지 절약과 누적적자 시정을 위해 불가피한 요금은 올리되, 서민 부담을 고려해 인상폭을 줄이고 올리는 시기도 분산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기업의 원가절감 계획과 실적을 공개하고 그 절감 성과를 요금조정과 연계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원가를 많이 줄일수록 요금도 많이 올려주겠다는 게 아니라 원가 절감 노력이 없는 공기업엔 인상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조정 방향에는 부처 간에 합의했지만 세부안은 아직 협의 중이다.

   인상요인이 16%에 달하는 전기요금은 원료비 연동제는 물론 피크 관리를 위한 겨울철 요금 인상이나 선택형 피크요금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동계 전기료 인상과 선택형 피크요금제는 누진제를 시행 중인 주택용에는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에너지 요금을 현실화하되 저소득층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차등요금제는 도로 통행료에도 적용된다. 시간대별, 주중·주말에 따라 차등화하는 것이다. 지금도 출퇴근시간에 20~50% 깎아주고 심야에 오가는 대형화물차에 20%를 할인해주는 제도가 있다. 주중보다 주말 요금이 비싸질 전망이다.

   중앙공공요금 가운데 올릴 수 있는 것은 전기료, 통행료, 우편료, 열차료 등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절반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해지진 않았지만 11개 중 오르는 요금은 절반이 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내버스, 지하철, 상하수도 등이 망라된 지방공공요금에 대해선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지역·품목별 인상시기를 분산하고 인상폭도 3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 이내로 제한한 것이다. 2008~2010년 평균 상승률은 3.5%가량이다.

  
◇시장친화적 물가 대응..원유 관세·유류세 내릴지 관심
연초 급등했다가 진정세인 농산물은 고랭지·가을배추의 계약재배를 평년 생산량의 20%로 늘리고 aT(농수산물유통공사)가 수요자-공급자 간에 다리를 놓는 '중개형 계약재배'를 도입한다. aT는 중간에서 계약대금 정산이나 분쟁조정을 맡는다.

   공산품에 대해선 시장 경쟁을 유도한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2개 독과점 산업을 대상으로 분석해 제도개선을 건의하는 시장별 정책보고서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독과점 산업의 시장구조에 메스를 들이대겠다는 것이다.

   경쟁법 위반에 과징금을 강하게 부과하고 상습 위반업체에 대해선 고발로 엄벌할 방침이다.

   유통구조 측면에서 시행 1년을 맞은 오픈프라이스 제도에 대한 실태조사를 거쳐 개선안을 마련하고 지역별 재활용센터를 세워 사회적 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 센터를 통해 대형 폐기물을 처리하면 배출수수료를 인하해 중고물품의 재활용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관세 개편도 주목된다. 독과점이나 서민 밀접 품목에 대해 관세율을 재평가해 기본관세율 체계를 조정하기로 했다. 이들 품목의 관세율을 낮추면 그만큼 국내 소비자가격의 인하 여력이 생기고 국내 경쟁도 유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할당관세 품목의 수입 유통구조와 가격인하 효과를 분석하고 수입추천제도 개선 방안도 모색한다. 수입추천제도는 물량한도를 지정하는 할당관세를 시행한 뒤 수입자 추천절차 때문에 수입이 늦어지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하반기에 111개 품목에 할당관세를 적용하지만 필요 시 추가 적용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3%인 원유 관세율을 1%나 0%로 내릴지 주목된다. 다음달 정유사의 기름값 100원 인하 조치가 끝나는데 따른 소비자 부담 때문이다.

   석유수입부과금을 면제하는 동시에 원유 관세를 0%로 낮추면 40원 가까운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가 꺼리는 유류세 인하 역시 관심사다.

  
◇소형 전세금 소득세 한시 비과세..전월세 소득공제 대상 확대
주거비 부담을 덜 수 있는 조치로는 소형주택 전세보증금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가 대표적이다. 올해부터 집주인이 받는 전세금에 대해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소득세를 부과하지만 소형주택에 대해서는 이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는 것이다.

   과세 조치가 전세금 인상을 불러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적용시기나 일몰시기, 적용대상 등에 대해서는 아직 세부안이 나오진 않았다.

   수도권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 요건도 완화한다. 149㎡ 이하 소형주택을 3채 이상 임대할 경우 양도세 중과에서 배제시키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공급 측면에서는 LH공사 등을 통해 매입 임대를 늘리고 국민임대주택 건설과 관련한 기준단가 상향을 비롯한 재정 지원 강화책을 찾기로 했다.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공급총량은 유지하되 연도별 공급량을 탄력조정하고 분양주택 중 60㎡이하 소형 비중을 20%에서 70%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총급여 3천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가 대상인 전월세 소득공제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수준에 따라 국민임대주택 보증금과 임대료를 차등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해선 투기과열지구를 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1~5년에서 1~3년으로 완화하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서민 생계비 부담을 줄여주고자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해법을 찾고 약국 수가를 합리화해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우수 민간 어린이집 가운데 900곳을 공공형 어린이집으로 지정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빈 교실과 근린공원을 이용해 어린이집과 유치원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근로자 신용카드 소득공제나 농어업용 기자재에 부가세 영세율을 적용하는 제도 등 올해 연말에 종료 예정인 서민 세제지원 제도의 일몰도 연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