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경영계의 최저임금 협상이 결국 파국을 맞았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근로자와 경영자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참여한 양측 위원들이 1일 동반 사퇴를 한 것이다.

   ◇법정시한 넘긴 밤샘협상 `무위' =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 위원 5명과 사용자 위원 9명이 1일 새벽 회의에서 협상장을 박차고 나오면서 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공익위원 9명과 근로자 위원 9명, 사용자 위원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됐다.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 위원 4명은 지난달 29일 사용자의 소폭 인상안에 반발해 회의장에서 퇴장한 뒤 후속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법정 시한을 넘긴 가운데 30일 오후 4시 제10차 전원회의를 열어 1일 오전 5시까지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면서 밤샘 협상을 벌였다.

   공익위원들은 최종 조정안으로 올해(시급 4천320원)보다 260∼300원 오른 4천580∼4천620원의 구간을 제시했다.

   그러나 근로자 위원은 올해보다 460원(10.6%) 오른 4천780원, 사용자 위원은 135원(3.1%) 오른 4천455원을 고수했다.

   노사 양측이 325원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앞서 1차 회의에서 노동계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4천320원)보다 1천90원(25.2%) 높은 5천41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경영계는 동결로 맞섰다.

   이후 지난달 24일 제7차 회의에서 노동계는 올해보다 1천원(23.1%) 인상한 5천320원, 경영계는 30원(0.7%) 오른 4천350원의 수정안을 내놨다.

   양측은 공익위원의 조정안을 바탕으로 마지막 협상에 이르기까지 잇달아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최저임금 산정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연례행사처럼 굳어졌지만, 위원들이 동반 사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앞으로 위원회 역할과 최저임금 적정성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위원들은 정부가 선임하기 때문에 사퇴의사를 표명하더라도 바로 사퇴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익, 근로자, 사용자 위원들이 다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기준 법률 14개 =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최저임금은 1인 이상 사업장의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고 이를 위반하면 경영주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서민이나 사회적 약자, 재난·사고 피해자 등에게 돈을 지급할 때 그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활용하는 법률도 14개에 이른다.

   이 때문에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들은 최저임금 협상 때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합의안을 이끌어내기 위해 법정 시한을 넘기면서까지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실업급여를 산정할 때 근로자의 하루 급여가 최저임금에 모자라면 최저임금을 기초로 계산한다.

   또 사회보장기본법에는 최저임금을 참작해 사회보장 급여의 수준을 결정하고 산업재해보상보호법에서도 최저 보상기준을 최저임금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