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활 20년을 맞은 지방의회는 아직 성년(成年)다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각 정당들의 하향식 공천 때문이다. 하향식 공천은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사들의 의회 입성을 어렵게 하고, 반복되는 공천헌금 등의 문제로 지방의회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중앙정치의 구태 답습과 중앙당 예속으로 소신있는 의정활동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향식 정당공천제의 폐해는 감시와 견제의 무력화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경기도의회의 경우 당시 정치 지형도에 따라 사실상 일당 독주가 이어져오면서 견제와 감시 역할이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5대 의회는 전체 의원 97명 중(당선일 기준)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가 63명으로 다수를 이뤘고 6대와 7대에서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각각 91명(전체 104명), 115명(전체 119명)으로 의회를 장악,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머물렀다. 실제 당시 의회에서 집행부가 제출한 안건의 가결률은 100%에 가깝다.
8대 의회는 도의회가 여소야대로 전환돼 도와 의회간 긴장감이 흐르고 있지만 민선교육감과는 사실상의 정책연대로 견제기능이 약하다. 이에 최근 도의회 내에서 도교육청 정책에 대한 비판적 수용을 제고해야 한다는 자성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초의회의 상황은 더하다. 단체장과의 정당 코드에 맞춰 적극적 협조 또는 태업을 반복하는 악순환을 겪으며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
하향식 정당 공천은 특히 지역 정치인을 중앙정치권에 종속시키는 연결고리로 작용된다. 각 지역 국회의원을 통해 공천·당선된 광역·기초의원은 지역내에서 국회의원을 받들어 모셔야 하는 상황이다. 국회의원 등 지역내 당 조직 위원장이 공천권을 쥐고 있어, 지역조직 관리를 전담하거나 행사 대신 뛰어주기에 몰입하면서 지방정치는 사실상 뒷전이다. 총선 및 대선 때 지방의회가 텅 빈 채 공전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 때문에 기초의회의 정당 공천제를 폐지하고, 광역의회는 상향식 공천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DI는 최근 '공천제도와 입법생산성'이란 논문을 통해 "하향식 공천으로는 다양한 의견 반영이 힘들다"며 "총선과 지방선거를 일치시키고, 지방의원 공천에서 경선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성기자
[풀뿌리 의회 20년 명과 암·2]하향식 공천에 멍든다
중앙정치 하부조직 못벗어나… '정당 예속' 소신있는 의정 힘들어 감시·견제 무력화
입력 2011-07-03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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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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