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바람 피운 증거를 잡기 위해 차량에 도청장치를 한 40대 부인에 대해 법원이 선고유예를 결정했다.

남편이 수년간 불륜을 일삼아 온 사실과 부인이 두 자녀를 연명하기 위해 토스트 장사를 하며 어렵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 고려된 결과였다.

20여년 전 승려로 살아오다 환속한 A씨와 결혼한 이모(47·여)씨는 지난 2007년부터 A씨가 바람을 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A씨는 "증거를 대라"며 이혼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새벽녘 출근길 직장인들을 상대로 토스트 장사를 하며 두 아이를 키워 온 이씨는 급기야 남편의 외도사실을 밝히기 위해 올 1월 15일 A씨의 승용차량에 도청장치를 설치, 4일간 도청했다. 하지만 이씨는 도청사실을 알아챈 A씨에 의해 경찰에 넘겨졌다.

이에 심리를 맡은 수원지법 형사6단독 김상연 판사는 "새벽 장사에 지장이 없도록 해 달라"는 이씨의 간청을 받아들여 즉일선고(당일 심리와 선고를 끝내는 재판)를 진행했고,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지만 딱한 사정을 참작, 징역 4월에 자격정지 1년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김 판사는 "양형사유에 선고를 유예할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며 "특히 남편의 외도사실에 대한 확증은 없지만 정황은 충분한 데다 피고인이 두 자녀를 키우기 위해 고생하고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고 전했다.

/김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