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 탓에 화성 동탄신도시내 다세대주택단지에 건물 신축전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이른바 '빈집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전셋값 급등으로 전세 물량이 반월세로 돌아서는데다 하루라도 늦으면 전세를 구하기 어려운 사정 때문이지만 임차인들은 계약을 체결하고도 혹여 건물주의 자금난으로 계약금을 떼이지나 않을까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실정이다.

5일 오전 화성시 반송동 동탄신도시 내 '단독 및 점포(상가)주택지'.

동탄지구 택지개발 이전 원주민에게 이주자택지로 분양된 이곳은 10만4천여㎡ 435필지에 모두 463가구의 단독 및 다세대주택이 조성된다.

A부동산에 들러 방 2개에 주방과 욕실이 딸린 40㎡ 남짓의 다세대주택(투룸)을 문의하니, 남은 전세 물량은 단 한 집. 전셋값은 무려 1억2천만원에 달했다. 수원지역 비슷한 규모의 다세대주택 전셋값보다 3천만~5천만원 가량 비싸다.

더 황당한 것은 남은 한곳의 집은 아직 준공도 되지 않은채 신축공사중이었다.

중개인은 토지등기부등본을 내보이며 "(건물등기부등본은 없지만) 토지주와 건축주의 이름이 동일하다는 것만 확인되면 계약해도 된다"며 "전셋값의 10%를 계약금으로 걸고 계약서를 써야 이마저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B부동산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곳 중개인도 "올 초부턴 빈집계약 말고는 전세 계약이 체결된 경우를 거의 못 봤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임차인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중개인들은 계약 체결때 보증보험을 걸어놨으니 계약금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임차인들은 생각이 다르다.

얼마 전 이곳에서 전세계약을 한 C씨는 "입주까지는 아직 한두달 남았지만 전셋집 구하기가 어려워 미리 계약서를 썼다"며 "혹여 건물주가 공사비 문제로 땅이나 미완공된 주택을 경매에 부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화성시 관계자는 "오랫동안 부동산 업무를 맡고 있지만 빈집계약처럼 기이한 형태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임차인의 피해가 우려되긴 하지만 민사상 계약 문제다 보니 시에서 관리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학석·최해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