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SK그룹 최재원(48) 수석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최윤수 부장검사)는 최 부회장이 모 계열사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업 시행사를 통해 부외자금을 돌려받는 등의 방식으로 최대 수백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포착, 최근 최 부회장에 대해 법무부를 통해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SK가 지방에서 모 시행사를 통해 추진한 사업과 관련해서도 최 부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있다는 제보에 따라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SK와 연관된 시행사 측이 사업 인허가 등과 관련해 비자금 중 일부를 지자체 공무원 등에게 로비자금으로 뿌렸을 개연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앞서 일부 시행사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현재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일체 관련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코스닥 상장사 글로웍스의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준홍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의 개인 금고에 최 부회장의 돈 120억원이 보관돼 있던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수표 다발로 보관된 이 돈에 대해 "최 부회장이 그냥 맡겨둔 돈"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최 부회장이 사업 시행사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김 대표에게 위탁해뒀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SK 임원 출신으로 최 부회장의 측근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SK는 김 대표가 운영한 베넥스인베스트먼트 펀드에 총액 2천억원에 가까운 거금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측은 그러나 "최 부회장의 개인 자금으로 알고 있고 회사 자금과는 관련이 없을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은 작년 연말 SK그룹 조직 개편을 통해 SK㈜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부회장단을 이끄는 자리로 재계에서는 최태원-최재원 형제 경영이 본격화한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한편 SK그룹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 출신인 상훈세무회계 대표 이희완(구속기소)씨에게 2006년부터 매월 5천만원씩 30억원 이상의 자문료를 건넨 사실이 최근 확인돼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검찰은 이 돈이 이 전 국장이 재직 당시 이뤄진 세무조사 과정에서 편의를 봐 준 데 따른 사후 수뢰금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돈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세무조사 자료 등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