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8일 회동은 형님ㆍ동생간 해후이면서도 여야 수장의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는 자리였다.
홍 대표와 손 대표는 지난 1999년 각각 의원직 상실과 경기도지사 낙선 이후 미국 워싱턴에서 함께 생활하며 각별한 친분을 맺었고, 홍 대표는 사석에서 손 대표를'형님'으로 불러왔다.
취임 인사차 이날 오후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찾은 홍 대표는 손 대표와 2차례 포옹하며 반가움을 표시한 데 이어 "형님, 내가 당 대표가 됐다니 이상하지 않느냐"고 말문을 꺼냈다.
손 대표는 "중국에서 (선출) 소식을 듣고 좋았다"면서 "아주 큰 표차로 이겼고,그게 국민의 마음"이라며 아낌없이 축하했다.
이어 손 대표가 "대통령 선거에 안나가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홍 대표가 "형님이 나가는데 내가 나갈 수 있느냐"고 답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하지만 인사를 마친 두 사람은 각각 집권여당 대표와 제1야당 대표로서의 자세를 가다듬었다.
홍 대표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KBS 수신료 인상, 북한인권법 등 8월 국회의 쟁점을 일일이 거론하며 "손 대표가 합리적이므로 강행처리나 몸싸움 등으로 국회가 또다시 전장(戰場)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에 손 대표는 "국회 문제는 원내대표가 있다"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이념을 앞세울 게 아니다. 한나라당 당원이 참여했지만 홍 대표가 뽑힌 게 민심으로, 국민만 보고 해달라"고 말했다.
계파 문제를 놓고도 신경전이 이어져 홍 대표가 "민주당에는 계파가 없느냐. 한나라당 당직자 240명 중 홍준표 계파는 4명"이라고 계파 문제를 언급하자 손 대표는"우리는 그런 것 없다"며 일축했다.
홍 대표가 "김부겸 의원도 (손 대표의) 사조직을 담당하던데..."라고 말을 꺼내자, 손 대표는 "왜 김 의원을 폄하하느냐. 대표가 됐으면 대표다운 얘기를 해야지"라며 불편한 심기를 가감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홍 대표는 자유선진당 변웅전ㆍ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를 차례로 찾았다.
홍 대표는 변 대표에게 8월 국회에서의 현안 처리를 위한 자유선진당의 중재역할을 요청했고, 변 대표는 "원내 교섭단체를 15석 정도로 하면 (국회가) 훨씬 부드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홍 대표는 심 대표에게 "선배는 당을 같이할 수도 있지 않느냐"며 "대통령도몇차례 (심 대표를) 총리로 모시려 했는데 그게 안돼 유감"이라고 말했고, 심 대표는 "만난 첫날부터 무슨 그런.. 충청 민심을 많이 배려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