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이 사측에 의해 뽑혀 경영진과 최대주주를 제대로 견제할 수 없는 한계가 드러났다.
사측이 사외이사 추천 단계부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경영진의 전횡을 감시하는 사외이사 본연의 기능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7일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기관들과 금융감독원의 공시를 보면 경영진이 사외이사의 선임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는 실태가 확인된다.
그동안 소문으로 나돌았던 이른바 '연줄 인사'와 `보은 인사'를 의심케 하는 사례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유력 정부기관 고위직 출신들이 공직 은퇴 후에는 상근감사위원으로 대거 진출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전관예우 흔적마저 엿보인다.
◇사외이사, 경영진이 '낙점'
연합뉴스가 금융기관ㆍ금감원 공시를 분석해봤더니 경영진이 회사를 견제ㆍ감시해야 할 사외이사 후보 제안부터 심사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장하는 사실이 파악됐다.
분석 대상 금융기관 41곳 가운데 경영진 또는 최대주주 등이 사추위에 참여한 곳은 35곳(85.4%) 이다. 10곳 중 9곳에서 사외이사 선임을 경영진이 좌지우지했다.
35곳 중 20곳에서 CEO급 경영자들이 사추위 위원장을 맡았다. 그 외는 세무ㆍ회계, 법조, 학계, 기업 출신 사외이사들이 위원장직을 담당했다.
경영진이 후보를 제안하는 내부추천비율도 높았다. 41개 금융기관이 올해 선임한 사외이사 134명 중 절반에 가까운 63명(47.0%)이 경영진과 최대주주 등이 추천한 인물이다.
나머지 대다수는 기존 사외이사들이 추천했다. 기존 사외이사 역시 이전에 경영진 추천으로 선임된 만큼 실제로 내부추천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은 셈이다.
경영진이 후보 제안에서 심사까지 도맡아 하는 구조다.
지난 3월 열린 우리금융지주 사추위에서 회장은 후보 7명을 추천했고 사추위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어 이 회사의 감사위원회는 5명의 사외이사로 새롭게 구성됐다. 모두 이날 사추위를 통과한 사람들이었다.
이와관련, 우리금융지주측은 "회장이 사추위내 유일한 사내인물이이서 추천을 담당했을 뿐이다. 선임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경영진-사외이사 `긴장관계' 어렵다
이렇게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경영진과 마찰을 일으키는 사례는 거의 없다. 경영진이 자기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를 고르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씨티은행 사추위가 추천한 4명의 후보 중 3명은 은행장이 제안했다. 이들 후보 중 2명은 이 회사 임원과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2월 초에서 3월 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사추위를 개최했다. 엄정하고 적합한 후보를 고르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회사측이 설명했으나 추천된 6명 중 4명이 연임 인물이다.
은행측은 "행장이 지난해말에 바뀌었기 때문에 사외이사 연임은 보은 차원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존 사외이사들이 서로 추천하고 찬성하는 사례도 많다.
사추위 위원이 3명인 하나대투증권이 올해 5명의 사외이사를 선출하는 과정을 보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관행을 쉽게 알 수 있다.
사추위원 A씨는 또 다른 사외이사 B씨의 추천을 받았다. 사추위 심의에서 A씨는 추천자 B씨와 또 다른 사외이사 C씨의 찬성으로 연임한다. 곧이어 C씨도 B씨의 추천을 받아 연임하게 된다. C씨는 직전에 연임한 A씨와 B씨의 지지를 받았다.
◇상근감사위원ㆍ사외이사에 고위 공직자 많아
상근감사위원은 정부기관 고위 간부 출신이 많다.
조사 대상 금융기관 41곳 중 29곳이 상근감사위원을 뒀다. 도중에 교체된 감사위원을 포함해 총 30명의 상근감사위원 중 금융감독원ㆍ금융감독위원회 출신이 19명이었다.
감사원, 한국은행, 보험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까지 포함하면 약 87%가 금융 및 경제 관련 기관 출신 셈이다. 특히 올들어 새로 선임된 증권사 상근감사위원 6명은 모두 금감원 출신이다.
사추위 위원이나 사외이사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외환은행에는 전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 전 하나은행 대표이사, 카이스트 경영대학장 등이 사외이사로 등록했다. 삼성증권[016360] 사추위에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의 법조계 인사를 비롯해 전 통계청장,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전 특허청 차장 등이 위원으로 돼 있다.
사외이사 전직을 보면 하나대투증권은 국회의원과 경제수석비서관, 동양종합금융증권은 행정안전부 장관과 서울지검 서부지청장이다. 동부생명에서는 육군대장과 총무처 장관을 지낸 인사가 사외이사를 맡았다.
동양생명보험에서는 관세청장과 해양수산부장관 등을 지낸 공직자가, 삼성생명에는 옛 기획예산처 장관 출신 인사가 각각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공직에 있을 때 해당 기업의 경영진과 돈독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거나 직무상 도움을 준 인연 때문에 사외이사로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 거수기' 비밀은 연줄ㆍ보은인사
경영진ㆍ사외이사 밀월관계로 최대주주 견제 한계
입력 2011-07-1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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