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동북아 국제비즈니스의 중심사업'의 핵심인 송도국제도시가 안팎으로 부실하다. 안으로는 외국인 투자가 저조해 거대한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무성한 가운데, 밖으로는 기반시설 부실 시공 흔적이 지난 장마철에 곳곳에서 드러난 것이다.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 중 가장 각광받는 투자처로 떠올라, 한때 부동산 경기를 앞장서 견인했던 지역인 만큼 초라한 현실의 체감도는 더욱 진하다.

인천시시설관리공단은 집중호우가 연일 지속됐던 장마철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국제도시에 매설된 오수관로에서 생활폐수가 역류했기 때문이다. 국제도시의 위상과 미래를 믿고 송도에 주거를 정한 시민들로서는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시설관리공단은 폐수역류 현상의 원인을 건물이 들어서지 않은 곳에 묻혀있는 빈 오수관을 통해 빗물이 흘러들어가 폐수가 가득찬 오수관쪽으로 이동해 발생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아파트만 잔뜩 지어놓은 채, 대부분의 국제 관련 시설부지가 텅 비어 발생한 일이라는 얘기다.

송도국제도시의 랜드마크인 동북아 트레이드타워는 위풍당당한 외관과는 달리 건물 내부는 텅 비어 있다. 입주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 건물 인근 맨홀에서 하수가 역류해 솟구쳤다. 외자 유치가 부실한 국제도시 송도의 현실을 하수역류 현상이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인천시시설관리공단은 응급조치로 비어있는 오수관 맨홀 200여곳을 폐쇄했다고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오수관을 채울 하수를 발생시킬 건물을 세우는 일이고 이는 외자유치가 제대로 돼야 가능한 일이다.

2002년부터 송도국제도시에는 민간자본을 포함해 27조원이 넘는 자본이 투자됐다. 하지만 지금 남은 것은 거대한 베드타운과 하수가 없어 하수를 역류시키는 공터들 뿐이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지 오래지만, 이를 속박하는 정치논리로 외자 유치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송도국제도시를 동북아비즈니스 중심으로 만들려는 정부의 사업 의지가 여전히 유효하다면 외자 유치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수반돼야 한다. 정부는 하수 위를 표류하는 국책사업인 송도국제도시를 똑바로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