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올해는 유독 장마가 길었다. 그리고 장마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불볕더위가 우리곁을 찾아왔다. 이제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산과 바다, 수영장으로 피서를 떠날 것이다. 피서지에서 꼭 주의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눈병이다. 휴가철이 되면 어김 없이 '유행성각결막염'이나 '아폴로 눈병' 환자가 평소보다 2배 이상 증가한다.
■유행성 각결막염
결막은 눈(안구)을 외부에서 감싸고 있는 조직이며, 아데노 바이러스에 의해 결막에 생긴 염증성 질환을 '유행성 각결막염'이라고 한다. 사실 1년내내 나타나는 질환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여름철에 유행성 각결막염이 유행을 하는데, 이는 여름철 장마로 인해 고온다습한 날씨가 유지됨으로써 유행성 각결막염의 원인균인 아데노바이러스의 번식 환경에 적합해지기 때문이다.
유행성 각결막염은 한쪽 눈에 먼저 발생하며, 반대편 눈도 눈병에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보통 한쪽 눈에 발병하면 며칠 후 반대쪽 눈에도 쉽게 옮기게 되며, 발병 후 2~3주간 눈이 심하게 불편하고 이 동안에는 전염성도 상당히 강하다. 증상은 갑자기 눈이 빨개지며,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눈이 껄끄럽고, 눈물이 많이 나며, 눈이 부시고, 침침해진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 귀와 턱 밑에 있는 임파선이 부어서 통증을 느끼며, 감기 증상도 동반할 수 있다.
유행성 각결막염의 치료는 이차적인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광범위 항생제 안약을 넣어준다.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후유증없이 치유되지만, 심한 경우에는 각막이 벗겨져 심한 통증과 함께 눈을 뜰 수 없고 눈물이 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치료용 콘택트렌즈와 인공 눈물 등으로 좀더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유행성 각결막염은 '유행성'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염력이 매우 강하며, 직간접적인 접촉을 통해 옮겨지므로 전염에 유의해야 한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눈병에 걸리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로 일부러 눈병에 걸린 친구의 눈을 만진 후 자기 눈을 만져 감염되기도 한다. 결막염이 일반적으로 잘 치유된다고는 하지만,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행동은 절대적으로 금해야 한다.
■아폴로 눈병(급성 출혈성 결막염)
아폴로 눈병은 아폴로 11호 우주선이 달에 착륙하던 1969년 처음 발생해 전세계적으로 대유행한데서 붙여진 이름으로 '급성 출혈성 결막염'을 말한다.
이는 엔테로바이러스나 콕사키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한 특수한 결막염으로 2~3일간의 짧은 잠복기를 거쳐 한 쪽 눈에 눈곱과 충혈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곧이어 수일 이내에 반대편의 눈도 같은 증상을 보인다. 주 증상은 눈에 티가 들어간 것처럼 불편하고, 눈물이 심하게 나온다. 밝은 빛을 보면 눈이 부셔서 눈을 잘 뜨지 못하며, 눈이 쑤시는 것과 같은 통증이 있다.
어린 아이들은 어른들보다도 증세가 더욱 심한데 발열·권태·호흡기증상·오심·구토·설사 그리고 근육통과 같은 감기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증상이 호전된 후에 후유증으로 눈이 침침하거나 약간의 시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지만, 서서히 회복된다.
급성 출혈성 결막염은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약이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눈병 유행시기에는 수영장·목욕탕 등을 비롯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손을 자주 깨끗이 씻고, 환자가 쓰는 세숫대야와 비누, 수건을 따로 쓰도록 한다. 베개와 이부자리도 구별해 사용한다.
예방을 위해 가족들이 안약을 함께 넣으면 오히려 전염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환자가 쓰다남은 안약은 버리는 것이 좋다. 또한 오염된 손으로 눈을 절대로 만져서는 안 된다. 눈꺼풀이 붓고 충혈이 심하여 미용상의 목적으로 안대를 할 경우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므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3일에 한번 정도 안과를 방문해 합병증 여부를 진찰받는 것이 안전하며, 안과 전문의의 지시없이 안약을 함부로 사용하면 더욱 나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김선회기자
<도움말: 수원 이안과 한규헌 원장 http://www.119e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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