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권이 학력 인플레이션과 고졸 취업 문제 해결을 위해 3년간 고졸 행원 2천70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주요 대기업도 고졸 사원 채용 확대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재계는 특히 고졸 학력자들이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남다르고 일에 대한 열정이 높아 향후 이 같은 추세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005490]는 지난해 총 900명을 채용했는데 이중 400명을 고졸자로 채웠으며, 올해도 선발 예정인 900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고졸 학력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주로 제철소 등 생산 현장에서 근무하게 된다.

   삼성전자[005930]는 작년 12월부터 마이스터고 출신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올해 2월 마이스터고 1학년 중에 채용예정자 100명을 선발했으며 이들에게 재학 중에 학업보조비 500만원씩을 주고 방학 중에는 현장 실습을 시킨 뒤 졸업과 동시에 입사하도록 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생산직 사원으로 공고 출신을 지속적으로 선발하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거제공고와 조선분야의 마이스터고를 육성하기로 산학협력 협약을 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들에게 기술자문이나 교육과정개발, 기자재 지원 등을 할 계획이다.

   삼성 계열사들의 경우 단순히 채용에서 그치지 않고 학교 측과의 협력을 통해 인재를 교육해 선발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009540]도 전국기능경기대회 입상자나 기술 우수학생 등 고졸자를 정규직으로 특채하고 출신학교에 기능 장려금을 주는 등 지원을 하고 있으며 마이스터고 10여 곳과 산학협력 중이다.

   편의점업체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작년에 고졸 사원 100명을 선발한 데 이어 올해도 하반기까지 영업관리직을 중심으로 15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고졸 공채 사원은 정규직으로 GS슈퍼마켓에서 영업관리직으로 근무하게 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고졸 사원은 성실하고 일에 대한 열정이 있으며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높아 매년 채용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SKC[011790]는 상반기에 고졸 직원 44명을 채용했고 진천공장 증설에 따라 하반기에 100명을 추가로 선발할 예정이다.

   고졸자가 추가로 교육을 받도록 하고 우수자를 기술 전문가로 선발하는 회사도 있다.

   대한항공[003490]은 고졸 이상 학력자가 지원할 수 있는 '항공기술훈련생 제도'로 고졸자를 매년 소수 정예 채용하고 있다.

   고졸 이상의 학력으로 토익 성적 550점 이상에 병역을 마친 사람 중에서 선발된 훈련생은 대한항공 항공기술훈련원에서 항공기에 대한 기술과 지식을 무료로 익히게 되고, 교육 과정 우수자는 대한항공 항공기술직 신입 사원으로 채용된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현장 근무 사원을 선발할 때 기술교육원 수료자 가운데 고졸이나 대졸을 구별하지 않고 성적 우수자를 채용해 고졸자에게 취업의 문을 열어뒀다.

   CJ제일제당[097950]은 매년 고졸자 150명 이상을 생산직으로 공개 채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서울과 인천, 부산, 논산 등에 식품·제약·사료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졸 생산직들은 생산 현장을 이끌어가는 주축이라고 CJ제일제당은 전했다.

   유통이나 물류 등에서도 고졸자 채용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한통운[000120]은 2~3년 간격으로 사무직 공채를 할 때 10% 정도를 각 학교에서 추천받은 고졸 사원으로 채우고 있다.

   이마트[139480]는 고졸사원을 계산원으로 수시채용하고 있으며 롯데마트는 고졸 이상 학력자를 영업이나 시설관리 사원으로 뽑아 근무 실적이 우수자에게는 1년 뒤부터 승진 기회도 주고 있다.

   고졸자가 취업 후에도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2일 "마이스터고 졸업생 중 80%가 대학진학을 꾀하는 것으로 나타날 만큼 대학 졸업장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며 "현장교육과 학과공부를 동시에 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기업이 사내 대학을 세워 고졸 사원이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장려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도 고졸자에게 건설업계의 문턱은 높은 편이다.

   GS건설[006360] 등이 필요에 따라 고졸사원을 수시로 뽑는다는 방침이지만 정규직은 대부분은 대졸 이상의 학력자가 차지하고 있다.

   간혹 측량 기사나 경리직 등 고졸 사원이 있지만 대부분 계약직이다.

   대형 건설사 직원은 현장에서 공구를 들고 일하기보다는 협력업체 관리 등이 주 임무라서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나 경영 전공자 등이 채용시장을 장악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