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승훈 / 인천본사 경제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격 아니겠습니까. 서부공단이 온전하게 자리를 잡기 전부터 지금까지 공장을 돌려왔는데 이제 와서 혐오시설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인천시 서구 경서동에서 올해로 28년째 주물공장을 가동 중인 A씨의 하소연이다. A씨는 현재 사업장이 자리한 서부지방산업단지의 발전과 함께 평생을 보냈다. A씨가 이곳에 둥지를 틀 당시 주위는 허허벌판이었단다.

A씨에게 너무도 변한 지금의 서부산단은 반갑지 않다. 첨단설비를 갖춘 제조업체가 차츰 들어섰고 그다지 멀지 않은 지역에 신도시가 개발 중이다. 바로 청라경제자유구역이다. 시간의 흐름은 산업기류도 바꿔 놓았다. 주물업은 서부산단 관리기본계획에 따라 유치업종에서 제외됐다. 즉, 신규 입주가 불가능한 업종으로 분류돼 원천적으로 공장이 늘어나는 것을 막았다. 기업운영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정부 차원으로 커지고 있다. 2012년 1월부터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으로 오염배출시설 설치 의무 대상이 더욱 확대 강화된다. 이 기준을 충족하려면 현지 주물공장은 한 곳당 2억~3억원의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

주물로 대표되는 뿌리산업은 자신을 옭아매는 수도권에서 떠나기로 결심했다. 각종 환경감시로부터 상대적으로 구속이 적은 지방행을 택했다.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충남 예산으로 공장을 옮기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역시 걸림돌이 산재했다. 지방고시에서 자유롭게 사거나 팔지 못하도록 양도·양수, 임대를 제한시킨 탓이다.

이에 인천시는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시 개정으로 녹색성장이란 정부 정책에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민원을 무시하면 사유재산이 침해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정든 고향을 등지는 것도 서러운데 막상 내 의지대로 행동하기 힘든 현실이 이들에게 어찌 받아들여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