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영 (정치부장)
천안함 폭침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난 이후 한 외신기자가 국내 언론에 '한국은 이상한 나라'라는 글을 게재한 적이 있다. 북한의 잘못을 지적하며 사과를 받으려고 전 세계 국가들이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있는 사이, 한국의 야권 정치인들은 "정부조사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며 북한을 대변하는 듯한 행태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이상한'이란 표현을 썼다.

가일층 어떤 시민단체는 "조사가 더 필요하다"며 유엔안보리에 서한문까지 발송했으니 당시 우리는 외국인들에게 '이상한 나라'였을 듯싶다.

그러기를 1여년이 다돼가는 요즘, 미국 최대 노조단체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이 한국 및 콜롬비아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고 있다. 연맹은 "FTA는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일자리 창출과 인프라 시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맹은 워싱턴 소재 경제정책연구소(EPI)가 최근 한국과 콜롬비아와의 FTA체결로 미국내 일자리 21만4천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 것을 인용하면서 반대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노조의 반대는 한미 FTA가 그만큼 그들에게 불리한 협약임을 방증한다. 역으로 우리에게는 그만큼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참여정부시절 한미 FTA를 찬성했던 야당의 한 중진의원은 미국 의회 전문지에 '한·미 FTA는 양국 공멸의 길'이란 기고까지 게재해 가며 미 의회가 FTA를 반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정말 이상한 분석이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여야는 서로 화살을 겨누며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히 문제를 밝혀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증인채택 문제도 합의못해 청문회 개최를 무산시키며 사실상 종료를 앞두고 있다. 서로들 얼마나 구리기에 청문회조차 무산시키는 것인지, 피해를 본 서민들은 분통에 가슴이 찢어진다. 와중에 검찰은 국회 기관보고에 출석을 거부하는 '배짱'을 보였고, 여야는 증인출석을 거부한 현직 검사 6명을 고발했다. 위임받은 책무는 제대로 못하면서 권리와 위신만 챙기려는 이기적인 태도다. 이상한 국회가 아닐 수 없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마찰은 오는 24일 주민투표 실시로까지 비화됐다. 서로 입다물고 지켜보던 여야 의원들은 주민투표가 기정사실화되자 이제 '투표권유'와 '거부운동'에 각각 사활 건 싸움에 들어갔다. 각각의 선거 캠페인이 '투표를 하라', '투표하지 말아라'이니, 마치 국민 참정권의 위헌여부라도 다투는 듯한 이상한 싸움이 돼버렸다.

이상한 나라에 동참하기는 군(軍)과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2009년 5월부터 2년동안 방위사업청 영관급 이상 장교 22명이 재취업했고 이중 13명이 방산업체나 연관기업에서 근무한단다. 또 서기관급 이상 고위공무원 퇴직자 17명중 10명도 이같은 기업에 재취업했다. 기막히게도 이런 이들 가운데 지난 6년여동안 법을 어겨가며 군사기밀을 누출한 자가 5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전무하고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철창행을 면했다. '군사기밀호보법'은 국가기밀을 빼돌리고 사익을 취하는 매국행위에 참으로 너그러운 이상한 법이다. 대통령이 유럽순방으로 자리를 비웠다고 국무회의에 지각하거나 불참하는 장관들도 이상한 나라에 한몫 거든다.

우리나라의 GDP는 세계 10위권 안팎을 드나들고 수출입 교역량은 세계 9위로 부국의 반열에 올라 있다. G20 전임 의장국의 타이틀도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로 동·하계 올림픽, 월드컵축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스포츠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5번째 국가이다. 그러나 미국의 더블딥에 대한 우려만으로 나흘간 증시가 229포인트 수직낙하하고, 129조가 증발해 버려도 손도 쓸 수 없으니 정말 도깨비 같은 이상한 나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