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유재산에 손을 댔다. 길게는 수십년 내 땅으로 알고 살아 왔으니 소유권에 대해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개인이 측정한 후 땅에 금을 그은 것도 아닌 터여서 정부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자체가 날벼락이다. 살고 있는 집이니 철거하기도 어려워 국민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서라는 명목(?)을 내걸고 점용료를 내라며 으름짱이다. 국가의 잘못은 없고 발달한 측량기술의 개가쯤으로 여겨, 힘없는 서민들만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당한다.

국토해양부가 항공촬영으로 정밀측량해 보니 나라 땅을 무단으로 사용해 온 건수가 경기도내에만 5천979건에 이른다. 10㎡ 이하 147건, 10~50㎡ 3천400여건, 50~100㎡ 1천200여건 등 100㎡ 미만이 전체 건수의 80% 정도다. 확인한 곳이 수원 등 14개 시·군이니, 좀 더 확대 조사하면 배 이상은 될 듯하다. 이들이 국가재산을 허락없이 사용한 대가로 내야 하는 벌금은 최소 320여만원이다. 최고는 1천700여만원에 달한다. 법에 따라 지난 5년간의 점용료를 내야 하며, 형편에 따라 나눠내는 것도 아닌 일괄납부다.


점용료는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는 한 매년 물어야 한다. 한번 적발한 후 정부에서는 집행만 하면 그뿐이다. 수해지역 복구와 국가 기간사업, 대단위 계획사업, 무상급식 등 할 일이 많아 한 푼이 아쉬운 정부에서 돈맥일 수 있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마당이다. 서민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국가 땅을 깔고 앉았으니 점용료만 물뿐 나올 것이 없고, 파는 것도 여의치 않다. 정확하게 측량했다는 지적공사에 하소연해 본들 정부를 대신해 국토를 측량하는 공기업에서 돈을 감액 또는 대신 내줄 리도 만무하다.

국민의 재산권 보호가 지적제도의 목적이라면, 구식이든 신식이든 측량을 잘못한 정부에서 책임도 져야 한다. GPS 등 최첨단 측량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결과만 지적도에 적용하면 된다. 점용은 정부의 측량착오가 원인이다.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은 공정사회를 말하는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 현 제도로는 답이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조용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