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승재 / 인천본사 사회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3년전 정체 불명의 날벌레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입주민 얘기다.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었다. 언제부턴가 집안 곳곳에서 원인 모를 날벌레떼가 들끓기 시작했다. 하룻밤 사이 거실 바닥은 온통 죽은 날벌레떼 시체로 가득했다. 도대체 어떤 벌레이고, 왜 발생했는지, 그리고 사람에게 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누구 하나 속시원히 말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주민들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스트레스는 말할 것도 없었다. 아이들 가운데는 피부나 호흡기 질환을 앓기도 했다. 방역을 한 가구에선 독한 약 성분탓에 가족들이 두통이나 현기증 등의 증세를 보였다.

송도에서 최초 발견됐다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 이 날벌레떼가 최근 다시 출몰했다. 경기도 광주를 비롯해 파주, 남양주, 일산 등지의 새 아파트에서 3년전 일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곳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채 지금도 이 날벌레떼로 시름하고 있다.

참, 기가 찰 노릇이다. 야외라면 모를까, 사람이 사는 집안에 날벌레떼가 들끓는다는 게 어디 세상에 있을 법한 얘기인가. 하지만 모든 일에는 다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붙박이장이다. 목자재인 파티클보드(PB) 절단면의 크고작은 틈이 날벌레의 진원지로 밝혀졌다. 곰팡이는 이 놈들의 먹잇감이다. 다시 말하면, 피해를 막을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PB 제작 단계부터 유통과 보관, 그리고 설치에 이르기까지 날벌레에 감염될 위험 요소들을 완벽히 제거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만약 이 날벌레가 학계에 보고가 안됐을 뿐, 국내에서 서식해 온 종(種)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만들고, 제대로 관리하는' 원칙만 지켜진다면 다시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반복되진 않을 것이다.

이제 전국 각지로 퍼져있는 이 날벌레는 곧 국내 곤충학계에 정식 보고된다. 한국소비자원에선 실태조사에 나선 상태다. 날벌레의 보다 명확한 실체가 밝혀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