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가 내년 대선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정 전 대표의 사재 2천억원을 포함해 범현대가가 5천억원 규모 재원으로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키로 한 것을 놓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권행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 전 대표 측근은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재단 설립과 대권행보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선친인 고(故) 정주영 전 회장의 10주기를 뜻깊게 기리는 동시에 `정치는 미래를 만드는 직업'이라는 소신을 실천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 전 대표는 대권 도전을 공식화할 경우 여론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인 자신의 자산 사용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이번 출연도 그러한 고민의 일단을 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 전 대표가 사재 출연을 계기로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지분 등을 어떤 식으로 정리할지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정 전 대표는 지난 2002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현대중공업 지분의 명의신탁 가능성을 거론했고, 선친인 정주영 명예회장은 1992년 대선 출마 당시 재산 일부를 ▲정당발전기금 ▲영세민 주택기금 ▲중소기업 육성기금 등에 출연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나아가 정 전 대표는 내달 6일 자서전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여권 잠룡으로서 무게감 있는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기자간담회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대표는 자서전 외에도 시장과 자유 등 보수의 가치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책도 낼 계획이다.
또한 내달부터 그동안 보류해 온 지방 순회 강연도 재개한다. 올 상반기 지방대학 강연 등에서는 `창업정신'을 주제로 단상에 올랐다면, 앞으로는 `정몽준식 정치 알리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한다.
여권 내 `박근혜 대세론' 확산으로 자신을 비롯한 다른 여권 잠룡의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보이는데 따른 활로 모색으로도 읽힌다. 실제 정 전 대표측 주변에서는 "좀더 강하게 치고 나가자"는 목소리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