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곳곳으로 활동영역을 넓혀온 폭력조직이 주식시장까지 파고들어 상장사 자금을 유용하며 호화생활을 영위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희준 부장검사)는 22일 단기사채를 끌어와 기업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킨 다음 투자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로 익산 역전파 조직원이자 D사 임원인 조모(48)씨를 구속기소하고 조씨와 동업한 D사 창업자 이모(52)씨 등 회사 관계자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조씨에게 돈을 빌려주고 원금의 3배가 넘는 돈을 갚으라고 독촉·폭행한 혐의(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나모씨 등 조직폭력배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주식시장 상장에 필요한 최저자본금 70억원을 확보하려고 단기사채를 빌려 회사 장부에 기록한 다음 즉시 돈을 되갚는 등 회계자료를 조작하고 상장에 성공하자 회삿돈 56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D사는 2008년 4월 국토해양부로부터 국내 1호 자기관리리츠 영업인가를 획득했으며 지난해 9월 자기관리리츠회사로는 두 번째로 유가증권시장에 편입됐다.

   창업자 이씨는 최저자본금을 구하지 못하자 폭력조직원으로 다단계 사업을 하던 조씨를 투자자·경영자로 영입했다.

   검찰 조사결과 조씨는 상장심사를 위해 단기사채 234억원을 끌어왔으며 사채업자에게 지급할 이자비용을 대느라 조직폭력배로부터 14억여원을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와 이씨 등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바람을 타고 지난해 8월 일반공모를 통해 297명의 투자자로부터 150억원을 유상증자하는 데 성공했다.

   거액을 손에 쥔 이들은 D사가 부동산에 투자한 110억원 가운데 56억원을 차용금 형식으로 되돌려받아 아파트 구입비용으로 쓰는 등 유용하고 2억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사는 등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9월9일 D사가 상장되자 사채를 빌려준 조직폭력배들은 대여금 1억원을 5억원으로, 10억원은 30억원, 3억원은 20억원으로 각각 갚을 것을 요구하며 조씨를 폭행·협박했고 조씨는 회사어음을 발행해 돈을 갚기로 했다.

   그러나 외부감사인은 약속어음 과다발행을 이유로 외부감사를 거절했고 한국거래소는 올해 6월 불과 아홉 달 만에 D사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D사는 국내 기업 중 최단기간에 상장폐지된 기업이 됐으며 한때 440억원에 달했던 D사 시가총액은 거래정지일 기준 126억원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D사 경영진은 거래정지일 전날 필리핀 수빅 카지노 호텔 사업에 17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하는 등 끝까지 개미투자자를 울린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무자본 인수·합병이 쉬운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조폭이 금융시장의 메이저리그 격인 유가증권시장까지 진출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런 조폭의 변화에 대응해 금융범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