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의 한 현직 구청장이 도박판을 벌여 물의를 빚은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광명시 전 시장과 전 시의원, 전 동장 등이 도박판을 벌이다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도박현장에는 현직 경찰관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전현직 공직자들의 '도덕 불감증'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지방경찰청 112센터에 한 제보자로부터 신고 전화가 걸려온 것은 지난 22일 오후 10시48분께. 긴급하게 걸려온 이 전화 내용은 "광명시 전직 시장과 의원·공무원이 광명시 가학동의 한 비닐하우스 내에서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

신고를 받은 경찰은 신중한 사건임을 감안, 대응 3단계 가운데 가장 긴박한 상황인 'Code-1'으로 사건을 접수했고, 광명경찰서 형사기동대와 인근 순찰차량에 '신속하게 출동할 것과 은밀하게 접근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문제의 비닐하우스에서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현장을 급습, 전직 시장과 시의원 등을 긴급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현장에는 이효선(56) 전 광명시장과 A(54) 전 광명시의원, 전 동장이던 B(67)씨 등 8명이 비닐하우스 내에서 개고기를 안주로 술자리를 벌였으며, 이 전 시장과 A 전의원, B 전 동장, 일반인 2명 등 5명이 약 2시간에 걸쳐 속칭 '훌라'라는 카드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수표 20만원과 현금 131만7천원, 카드 52매 등을 압수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들은 "밥값을 내기 위해 카드를 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도박현장에는 광명경찰서 모 지구대 직원 C씨가 다른 일반인 2명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술만 마시면서 구경만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도박판을 벌인 혐의(도박)로 이 전시장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대해 이 전 시장은 경인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문을 열어놓고 할 정도로 재미로 한 것이지 도박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귀덕·조영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