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물론 현재까지 사퇴 시점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았으나 명분과 여론 등을 고려해 조기 사퇴에 무게를 두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오 시장은 주민투표 패배 직후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여권 수뇌부와 만난 자리에서 "당장 그만두고 싶다"는 뜻을 밝힌 데 이어, 황우여 원내대표에게도 조기사퇴 의사를 내비쳤다고 여권 인사들이 25일 전했다.
오 시장은 약속한 대로 즉각 사퇴하는 것이 책임정치에도 맞고, 또 진보진영 결집에 맞서 보수층 역시 분노하고 있는 만큼 조기에 보궐선거를 치르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 사이에서도 "오 시장이 본인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도 아니지만 무조건 당에서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당의 입장이 있겠지만 오 시장의 판단과 국민의 정서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는 등 즉각사퇴 가능성에 무게를 둔 발언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이날 조기사퇴 의사를 밝히려 했으나 당과의 협의부족 등을 이유로 보류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자신의 거취가 이미 개인 차원을 넘어 여권 전체의 명운과 직결된 만큼 개인적 소신과 한나라당 입장 사이에서 다시 한 번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실제 사퇴 시점에 따라 보궐선거 시기가 오는 10월이냐 내년 4월이냐가 결정되고, 이는 여권의 내년 총선과 대선 구도와 직접 맞물려 있다. 10월에 보선이 열릴 경우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양상을 띠면서 대선국면이 조기에 도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당 지도부는 오 시장 정책을 지지해 준 서울시민과 10월 보선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현실적 이유 등을 들어 사퇴시점을 늦춰 내년 4월에 보선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일부 최고위원과 서울지역 상당수 의원은 '정면돌파'를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라며 즉각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26일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 대표와 서울지역 의원들 간의 26일 조찬회동 결과를 지켜본 뒤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