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로 여론의 관심을 끌고 있는 여권의 잠룡인 김문수 경기지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요동치는 정국에 동요하지 않고 더 조용히 낮은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정감사 준비차 국회를 방문한 유연채 경기도정무부지사는 30일 경인일보 기자와 만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면서 대권주자인 오 시장이 사퇴하자 김 지사의 향후 거취 문제에 많은 관심이 있지만 대권행보를 가속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는 오는 10·26 서울시장 보선과 곽노현 교육감의 후보 매수사건에 관여하지 않고 정치권의 격랑에서 빗겨서 차근차근 도정을 챙기면서 정국을 관망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권에선 박근혜 전 대표가, 야권에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대권주자들의 총력지원이 예상되는 선거전에 뛰어들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김 지사는 지사 취임이후 도내 시·군에서 추진해온 민심 탐방을 위한 택시체험 등 더 낮은 자세로 임한다는 각오다.

김 지사는 9월 중순께 마지막으로 예정돼 있는 31번째 지역에서 택시체험을 마무리하고, 더 나아가 서울역에서 퇴출돼 수원역으로 몰리고 있는 노숙인들과 대화를 통해 '쉼터'를 제공하는 등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간다는 계획이다.

경쟁자인 정몽준 전 대표가 사재를 출연, 돈을 기부했다면, 돈 없는 김 지사는 '재능기부'를 통해 더 낮고 따뜻한 행보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측근들의 4월 총선 출마에 신중론을 펴는 것도 김 지사의 낮은 행보의 일환이다.

한 측근은 "현재로서는 측근들이 총선에 나가 떨어질 경우 오히려 김 지사에게 부담을 줄 수 있어 고심하고 있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김문수사단'에서는 측근들이 직접 출마해 경선(대선후보)을 준비하는 등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한편 유 부지사는 "이번 비 피해때 현장에서 일주일간 봉사활동을 하는 김 지사에 대해서는 기사 한 줄 써주지 않는 언론이 박 전 대표의 활동은 크게 다루는 것을 보면서 '남태령의 고개'가 그렇게 높을 줄 몰랐다"며 하소연했다.

/정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