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 때부터 복지시설에 맡겨진 윤재민(6·여·가명)양은 종종 교사가 보는 앞에서 밥을 입에 물고 넘기지 않거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때도 있다. 다른 아이들보다 발달이 늦거나 별다른 질병이 없는데도 이상행동을 보이는 윤양은 곧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다 되어가면서 주변의 걱정까지 사고 있다. 남자아이의 경우에는 더 심한 행동을 보인다. 시설에 입소한지 4년을 훌쩍 넘기 김동진(7·가명)군은 다른 아이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거나 때리면서 말썽을 일으키고 다닌다. 교사가 나무라기라도 하면 과장된 표현과 거짓말을 해가며 수시간동안 울기 일쑤다. 윤양과 김군 모두 교사의 관심을 끌기 위해 유년기 행동으로 돌아가는 '퇴행'을 보이고 있는 경우다. 복지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는 아동들은 이처럼 다양한 정서적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 수시로 인권 침해를 당하는 사례도 빈발해, 이들을 위한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어린이재단에 따르면 시설보호아동들은 일반가정에서 자라는 아동들과 달리 자신의 성격을 상실하거나 정서적 신체적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놓치게 되는 등 사회성이나 정서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로 다른 아동, 양육자, 직원들과 집단화된 생활을 하면서 개인의 정서보다는 서로를 맞춰가며 지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정상적인 가정의 보호안에 있지 못하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인적·물적 자원의 부족 등으로 학교생활에서도 소외되거나 위축된다.

이로 인해 시설 보호 아동은 일반 아동에 비해 가출 경험이 11배, 장기 결석과 흡연율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또 우울·불안 증세를 가장 많이 호소하고 있으며, 주위가 산만하거나 공격적이고 난폭한 태도를 취해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보이기도 한다.

사생활을 침해받거나 외부 활동이 제한되는 등의 인권침해를 받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인권위가 시설보호 아동 8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1 아동복지시설 아동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다는 시설아동들의 응답이 23.4%에 그쳤다. 반면 의무적으로 종교에 참여하고 있다는 응답이 47.1%, 아동의 의견을 묻지 않고 방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비율이 69.4%에 달하는 등 인권을 침해하는 '강제'가 일상화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동들의 51.4%가 아동인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해 아동과 교사들에 대한 인권교육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시설 아동의 경우 현재 정부 지원으로 아동인지능력 향상 바우처 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2년후엔 종료되면서 나머지 부담은 모두 시설이 떠안거나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지원이 부족해 도중에 치료를 지속하지 못하고 엇나가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전했다.

/김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