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의 '노예규정'에 평택지역 상인들이 뿔났다.

걸핏하면 '오프리미트'(장병 무기한 출입금지)에 인권침해까지, 미군 내부규정을 내국인 영업장에까지 강요하고 있는 탓에 상인들은 생계를 내팽개치고 거리로 나섰다.

지난 7일 평택시 신장동 K-55(오산 에어베이스) 미군기지 앞. 기지 주변에서 외국인 관광업소를 운영하는 상인 70여명이 주한미군의 부당한 요구에 반발하며 규탄대회를 열었다.

상인들은 "술집 등 미군부대 인근 업소 내에선 테러방지를 한답시고 가방 반입조차 금지하고, 업소에서 한국인 여종업원을 고용할 경우 인적사항을 미군부대에 보고토록 하는 등 기본권 침해가 심각하다"며 "병사들끼리 술집 안에서 싸움을 벌여도 해당 업소는 출입금지 조치를 당하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기지측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았다 함정수사를 당해 오프리미트에 걸리는 업소가 부지기수라는 주장도 나왔다.

미군전용 업소에 내국인 출입이 안 되는 점을 악용한 함정수사는 물론, 미군 지휘관으로만으로 구성된 군기조정위원회를 열어 일방적인 결정으로 오프리미트를 건다는 것.

실제로 오프리미트를 당한 신장동 8개 업소 중 한 업소 사장은 "벌써 3개월째 보증금만 까먹고 있는데 미군이 출입하지 않는 것은 결국 문을 닫으라는 이야기"라며 "더구나 오프리미트에 걸린 상가를 제3자가 매입해 개업하더라도 장사를 할 수 없다는 게 미군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에 상인들은 "미군에서 강요하는 노예규정 탓에 미군과 상인들과의 관계가 동반자가 아닌 '주종'이 됐다"며 "상인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노예규정을 풀고 서로 평등한 입장에서 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이은우 대표는 "한미행정협정에도 없는 미군의 월권행위는 우리 국민의 주권을 짓밟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한편, 미군부대 공보관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종호·최해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