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몇천억원이 넘는 정책자금은 누가 다 가져가는 겁니까.”
 
평택의 중소기업인 S사 대표는 최근 자금을 얻으려 나섰다가 울화통만 터졌다. 은행은 물론이고 신보와 기술신보,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각 지원기관을 모두 돌아보았지만 한결같이 “담보가 없으면 자금지원이 어렵다”는 대답만 할 뿐이었다. 특히 애써 준비해간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않는 지원기관들의 태도에 그는 “도대체 중소기업을 지원할 의지나 있는 것인지 절망감이 들었다”고 한탄했다.
 
원자재 지원자금을 얻으러 나선 인천의 H사도 사정은 마찬가지. 중소기업에 원자재 관련 '특례지원'을 해준다는 소식에 신보와 중진공 등 지원기관들을 찾아나섰지만 대출요건이 다른 일반대출과 마찬가지로 까다로워 실망만 하고 돌아왔다.
 
불황에 원자재난까지 겹쳐 심각한 자금난에 직면한 중소기업들이 최근 더욱 높아진 지원기관들의 문턱에 걸려 좌절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기술신보가 2조원대의 벤처프라이머리CBO의 부실채권 급증으로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몰리면서 자금지원기능을 거의 상실, 중소기업들의 자금얻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기술신보는 이미 보유재원이 거의 바닥나 올초부터 보증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만기가 도래한 보증을 원칙적으로 모두 회수하며 구상채권 회수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신보 경기지역본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부가 추경예산을 통해 추가재원을 제공하지 않으면 사실상 자금지원이 불가능한 형편”이라며 “이사장이 직접 나서 심사를 강화하고 만기분을 원칙적으로 상환받도록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보도 보유재원 대비 공급액이 제한선인 13배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비상이 걸려있다. 이로인해 총 5천억원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원자재 구매자금 보증도 경기도내에서 25개업체에 38억원, 인천이 10개 업체에 8억원 지원에 그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신용보증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기술평가를 통한 자금지원도 아직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지 못해 담보가 부족한 중소·벤처기업들의 자금얻기는 점점 더 힘겨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