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경유하는 경기지역 광역 버스들이 불법 입석 운행을 서슴지 않고 있어 대형사고가 우려된다. 버스업체측은 불법임을 알면서도 재정 적자와 서울시의 증차반대 입장탓에 불법 운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4일 오전 6시30분께 부천시 소사구 송내역의 한 버스정류장. 길게 줄을 선 시민들이 성남 분당으로 향하는 8106번 좌석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출발점인 송내역 정류장부터 좌석은 이미 꽉 찼지만 10여명의 승객들은 기어코 차안으로 비집고 들어가 복도부터 앞문 계단까지 자리를 잡고 섰다. 버스 기사는 당연한 듯 제지하지도 않았다.

서서히 출발한 버스는 금세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 올라섰고, 버스 기사는 앞 유리에 김이 서리자 위험천만하게도 고속도로상에서 버스 앞문을 열고 5분여를 달리기도 했다.

김미양(45·여·부천시 소사구)씨는 "버스 노선은 적고, 승객은 많다보니 정원 초과 운행은 매일 아침 벌어지는 상황"이라며 "고속도로에서 고속으로 달릴 땐 겁이 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수원에서 강남역으로 향하는 3007번 좌석버스도 사정은 마찬가지. 오전 7시께 수원시 영통구 효동초등학교 인근의 정류장에서 승차한 이 버스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다다랐을 때쯤 이미 만석이 됐고, 버스 기사는 승객들을 더 태우기 위해 복도에 선 승객들에게 "뒤로 더 밀착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버스가 영동고속도로에 올라섰지만 승객들은 복도에 선채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위험을 감수하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광역버스 대부분이 이처럼 정원 초과 운행을 하고 있지만 노선보다 승객 수요가 많아 위험천만한 출근길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용남고속 관계자는 "지난 4년반 동안 버스 요금이 동결되다보니 적자가 쌓이고 있어 증차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버스 업체에서 증차를 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지만 쉽지는 않다"며 "증차를 위해선 서울시와의 협의가 필요한데, 교통 혼잡을 이유로 서울시에서 증차를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명했다.

/최해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