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없이 악취가 새어나오는 수도권 매립지를 '쓰레기통'에 비유해 비난을 받고 있는 조춘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악취 문제를 남의 일처럼 안일하게 대처한 공사 임원들. 인천시 서구 주민들이 매립지의 악취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지만 정작 이들 공사 고위 간부 대부분은 쾌적한 환경을 찾아 서울과 경기도 등에 몰려 살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의 사장과 임원(이사·감사), 1·2급 고위 직원들은 모두 32명. 이중 수도권매립지가 위치해 있는 서구에 사는 직원은 단 3명에 불과했다. 인천 전지역으로 범위를 넓혀도 8명만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사장을 포함한 임원 5명의 거주 지역 현황을 보면 조춘구 사장은 서울 성북구에 살고 있었고 나머지 상임이사 3명은 서울 동작구·양천구, 경기 의왕시에 거주했다. 감사 1명만이 인천 부평구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직인 1급(처장급) 직원 9명 가운데서도 서구에 사는 사람은 없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원이 3명, 경기도가 4명이었고 인천 계양구 거주가 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에 사는 1급 직원 3명은 송파구·중랑구·강서구에 거주했고 경기도 거주 4명은 안양(2명)과 일산(1명)·김포(1명)에서 출퇴근했다.

나머지 2급 직원 18명 중 3명만이 수도권매립지가 위치해 있는 서구에 살고 있었다.

조춘구 사장이 최근 '쓰레기통' 발언을 한 것을 비롯해, 수도권매립지의 운영 방향과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 직원 대부분이 '악취고통'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거주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서구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지난 3월 청라국제도시에 입주했다는 정경옥(46)씨는 "가족들과 함께 매립지 근처에 살지도 않는 사람이 악취 고통을 어떻게 알 수 있겠냐"며 "조춘구 사장이 매립지 근처에 살았다면 그런 말(쓰레기통 발언)을 못했을 것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회 환노위 소속 민주당 홍영표 의원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직원들이 내 집앞이라는 생각으로 악취를 관리해야 한다"며 "특히 조 사장의 최근 발언은 서구 주민을 넘어 인천을 무시하는 태도다"라고 지적했다.

/김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