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외불안이 과거 리먼 사태 같은 금융패닉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세계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4일 `대외불안의 영향과 2012년 국내경제 전망' 자료에서 이 같은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대외불안의 국내 전염 경로는 외화유동성 위기보다 국내 경기위축에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사정이 호전돼 외화유동성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미미하지만, 세계 수요 위축이 본격화하면서 수출 중심으로 국내 경기가 하방압력(downside risk)에 직면하고 이 과정에서 우리 경제의 잠재적 취약성이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이를 반영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2%에서 3.7%로 하향조정했다. 내년에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패턴 아래 3.9%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하반기 성장이 대폭 약화되는 가운데 본격적인 경기둔화 국면에 돌입하고 대외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되는 내년 상반기를 저점으로 완만한 회복세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최근 대외 불안이 광범위한 금융충격으로 발전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근거로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복합파생금융상품 문제가 없다는 점, 현재 유동성 경색이 대부분 유럽 내에 국한된 문제이고 전반적인 달러화 유동성은 아직 무난한 수준이라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연구소는 선진국 경제의 일본식 장기불황 가능성은 점차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 부문의 자생력이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선진국의 정책 여력 고갈과 신흥국의 과열 부담 등 글로벌 차원의 정책 제약으로 실물경제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소 장보형 연구위원은 "과거 일본경제가 버블 붕괴 후 은행 부실과 자산가격 침체, 디플레이션 압력 등 이유로 장기 불황에 빠진 경험은 세계경제의 항로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