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1년여동안 18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려오던 일당이 적발됐다. 이 사업에는 해외 유명 대학 출신 프로그래머와 조직폭력배는 물론, 자녀의 학교 모임에서 만난 학부모들까지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수원지검 강력부(강해운 부장검사)는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손님들에게 180억원 정도를 불법 환전해주고 20억여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게임 개발업자 공모(44)씨와 업주 이모(41)씨, 조직폭력배 윤모(37)씨 등 8명을 구속 기소했다. 또 같은 혐의로 공범 6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공범 2명을 지명수배하는 한편, 불법으로 벌어들인 수익 20여억원에 대해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미국 유명 대학 수학과를 나와 프로그래머로 활동한 공씨와 실 업주 이씨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 5월까지 '스타배틀'과 '엑스칼리버' 등 2개 게임물에 사행성 기능을 추가해 전국 100여개 PC방 가맹점에 보급, 손님들에게 180억원 규모의 불법 환전을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합법적인 게임물로 등급 분류를 받은 후 사행성 기능을 추가했으며, 이용자가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환전센터에서 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업에는 안산과 성남·목포 등지에서 활동하던 조직폭력배도 개입해 자금 투자나 상황실 관리 등의 역할을 맡았으며, 투자 자금을 모으는 일에는 안산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학부형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사이버 범죄의 특성상 바지사장만 처벌하던 수사를 탈피해 사이버 자료와 계좌 등을 철저히 분석한 끝에 배후 가담자까지 색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