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 모가면에서 27일 열린 민주공원조성사업 기공식이 일부 유족단체의 반대(경인일보 10월 26일자 20면 보도)에 막혀 파행으로 끝났다.
이날 행사에는 민주화운동 유가족 및 기관·사회단체장 등 400여명이 참석했으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원 10여명이 단상을 점거하고 단상 아래쪽에는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측이 앉아 대치하면서 시작도 하기 전에 긴장에 휩싸였다. 이어 사회자의 안내로 내빈들이 앞줄부터 앉았으나 단상에 있던 유가족들이 내려와 내빈들을 나가라며 고함치고 내쫓으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단상 옆에서는 일부 회원들간 격렬한 몸싸움까지 일어났다.
결국 기공식은 조병돈 시장과 강민조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장이 "세계적인 민주화운동의 산실로 만들겠다"고 한 인사말만 전달한 채 끝났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 배은심(이한열 열사 어머니)씨는 "산 자체가 열사가 묻힐 자리가 아니다. 민주공원으로 부동산 투기하는 이명박 일가는 유족 앞에 사과해야 한다. 열사의 정신을 훼손하는 이런 자리에 열사를 이장시킬 이유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배씨는 유가족들이 바라는 자리가 있는가의 질문에는 "점차적으로 의논해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오후 4시께 이천시청 앞으로 이동, 반대 집회를 가졌다.
이와 반대로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강민조 회장은 "산골짜기도 아니고 가파른 산도 아니며 남이천IC가 생기면 교통망도 어느 장소보다도 월등해 세계적인 민주화 공원이 될 수 있다"며 "꼭 남산에다 해야 하는가"라며 반문했다.
한편 민주공원은 2000년 1월 제정된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추진됐지만 환경단체와 지역주민 반발 등으로 표류하다 유치 공모를 통해 2007년 12월 이천시가 민주공원 조성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천시는 행정안전부 민주화보상지원단과 함께 27일 기공식을 마친 후 11월부터는 제1단계 기반조성공사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서인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