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에서 여러분의 iOS 장치로 어떤 것도 쉽게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웹에서 동영상을 내려받는 기능을 탑재한 어느 애플 모바일기기용 애플리케이션(앱)의 소개 글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자체적으로 영상을 내려받아 저장하는 기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기능을 갖춘 앱은 앱스토어에서 상당히 인기가 많다.
문제는 앞서 소개 글에 쓰인 '어떤 것'에 낯뜨거운 음란 동영상이 포함된다는 점이다.
31일 연합뉴스가 취재한 결과 이 앱에는 10여개의 외국 성인 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본래 비미오(Vimeo)나 데일리모션(Daily Motion) 등 외국의 유명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서 영상을 내려받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앱의 '즐겨찾기' 목록에 이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이외에 성인 사이트까지 포함된 것이다.
성인 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를 클릭하자 노골적인 음란 영상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더구나 이 앱을 이용하면 이 영상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저장하는 것까지 가능했다.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이나 어린이들도 스마트 기기를 많이 이용하는 최근의 추세를 고려하면 무척 우려되는 상황이다.
청소년이나 어린이가 이와 같은 앱을 내려받는 데 사실상 아무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애플의 앱스토어에서는 17세 이상인지를 묻는 항목에 '그렇다'고 답하기만 하면 이 앱을 내려받을 수 있어, 사실상 아무런 '게이트 키핑'이 없는 셈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처럼 성인 콘텐츠가 포함된 앱으로 문제가 된 곳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이다.
애플의 앱스토어는 개발자가 앱을 올리면 애플이 직접 이를 심의하고 나서 일반에 공개하는 사전 승인제를 택하고 있지만,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은 개방형으로 앱을 누구나 올릴 수 있는 사후 신고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저한 것으로 알려진 애플의 앱스토어도 이와 같은 음란 동영상을 완전히 거르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실제로 이 앱은 애플 스스로 정한 앱 심의 기준에도 어긋난다.
애플이 직접 게시한 '앱스토어 심의 기준(App Store Review Guidelines)'에는 포르노그라피가 포함된 앱에 대한 승인 거부 방침이 나타나 있다.
앱스토어 심의 기준 18조 1항과 2항은 "포르노그라피가 포함된 앱은 거부할 것"이며 "사용자가 만든 콘텐츠(UGC; user generated content)가 게시되는 앱이라도 포르노그라피가 자주 올라오면 거부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 역시 생전에 "애플의 앱에는 음란물을 허용할 수 없으며 음란물을 원하는 사람은 구글의 안드로이드로 가야 한다"면서 "우리는 음란물을 차단해야 할 도덕적 책임을 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앱을 내려받은 이용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앱스토어에 있는 이 앱 댓글난에는 "음란물 링크가 포함돼 청소년에게 위험하므로 빨리 삭제하거나 재심사가 필요하다", "음란 사이트 다 열리는데 제재해야 하는 것 아니냐", "아이들도 (스마트폰을) 쓰는데 음란물을 가득 북마크(즐겨찾기)로 실어놓으면 어쩌라는 것이냐"는 등 이용자들이 올린 우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유료 버전과 무료 버전으로 나눠 공개된 이 애플리케이션은 현재 국내 앱스토어 전체 인기 순위에서 10~20위권을 오르내리고 있으며, '유틸리티' 카테고리에서는 1~2위 등 수위권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