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의 소통을 통해 합리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출범한 '인천시 시정참여정책위원회'(이하 참여정책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참여정책위의 결정에 힘이 실리지 않고 송영길 인천시장의 책임 떠넘기기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3일 인천시에 따르면 참여정책위는 지난 1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7번의 회의를 갖고 시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치와 행정, 경제노동, 여성복지보건, 환경 등 총 7개 분야에서 시민단체와 정당 관계자, 학계와 공무원 등 25명이 시정 정책 대안과 시책개발, 개혁과제 발굴과 개선방안 제시 등을 목표로 이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참여정책위가 논의한 총 13건의 안건 중 뚜렷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시 정무부시장의 취임 전 인사간담회를 갖도록 결정한 것이다. 시가 추진하고 있는 '인천복지재단'의 설립을 뒤로 미루도록 하는 권고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다. 첫 회의 안건으로 논의된 '평화도시 인천 구축을 위한 남북교류협력사업'에 대해 참여정책위는 평화도시 인천 구축을 위한 특별소위원회를 구성해 이를 추진할 것을 권고했지만, 실무부서에선 이를 구성하지 않은채 자체적인 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안이 마련된 뒤 시민사회의 의견을 듣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 안건으로 다룬 '배다리역사문화지구 조성 공약 이행에 관한 사항'에 대해 참여정책위는 '민·관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안을 제시했지만, 4개월여가 지난 이달 현재까지 시는 후속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참여정책위의 '권고'가 말 그대로 '권고'에 그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송도영리병원 문제에 대해선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영향과 우려점이 많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시 경제자유구역청은 영리병원 설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등 참여정책위의 결정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민관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할 것을 권고한 인천만·강화 조력발전소 건설 문제는 송영길 시장의 책임회피용으로 활용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불필요하게 논란의 시간만 늘려 소모적인 논쟁을 키웠다는 것이다.

참여정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위원은 "공동정부 형식으로 취임한 송 시장과 초기 참여정책위를 구상할 때는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고자 했는데, 결국 자문기구 형식으로 바뀌면서 당초의 취지가 퇴색했고, 매번 우리끼리 모여 앉아 논의만 하는 회의기구로 결국 송 시장의 정당성을 만들어주는 들러리 역할을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송 시장이 참여정책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구조로 위원회 틀을 다시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현준·김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