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사옥에서 일부 계열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새벽 SK그룹 본사 사옥 29층과 32층에 있는 SK 홀딩스와 SK가스 사무실에 들어가 회계장부와 금융거래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이날 오후 SK그룹 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SK그룹 계열사들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함에 따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물투자 손실보전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의 8일 압수수색은 SK그룹 계열사 및 의혹 관련 그룹 관계자 자택 등 10여곳에서 동시다발로 이뤄졌다. 그동안 최 회장의 선물투자 의혹을 물밑에서 수사하던 검찰이 공개수사에 착수하면서 사건을 단숨에 수면 위로 끌어올린 셈이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회계장부와 금융거래 자료를 다량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최 회장이 운용한 선물투자 자금의 실체가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이날 압수수색은 검찰이 최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만한 정황을 상당 부분 축적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제 때가 됐다"고 말해 그간 모아온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의 '출구'가 머지않았음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를) 한 달 안에 끝내는 게 목표"라고 했다.

   검찰은 지난 8월부터 최 회장의 선물투자에 쓰인 돈 일부나 손실금 보전에 회삿돈이 들어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여왔다. 최 회장은 선물옵션 상품에 5천억원을 투자했다가 1천억원 이상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은 SK그룹 상무 출신이면서 주가조작 등 혐의로 기소된 김준홍씨의 투자회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SK그룹 계열사들이 투자하는 과정에서 일부 투자금을 전용해 최 회장의 선물투자금이나 손실액 보전에 썼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왔다.

   SK계열사 18곳이 베넥스에 투자한 자금은 2천800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검찰은 그동안 베넥스 계좌를 추적하며 SK 계열사들의 투자금 내역을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또 최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맡은 SK해운 고문 출신의 무속인 김원홍(해외체류)씨 등의 계좌도 추적하며 수상한 자금 흐름을 들여다봤다.

   수개월간 계좌추적 과정을 거친 검찰은 최근 SK텔레콤과 SK C&C가 베넥스에 투자한 500억원대 자금이 2008년 돈 세탁 과정을 거쳐 김준홍씨의 차명 계좌로 빠져나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돈이 김 대표의 차명계좌에서 무속인 김씨의 계좌로 흘러 들어가 궁극적으로는 최 회장의 선물투자에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SK측이 SK가스 등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단기간에 500억원대 자금을 다시 베넥스 계좌에 메워넣은 정황도 윤곽을 잡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돈을 어디에 썼는지는 관심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SK 계열사와 베넥스의 자금 흐름을 파악해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투자했다는 자금의 출처를 파악하는 게 이번 수사의 본령이라는 의미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검찰 수사의 칼끝은 최 회장을 향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일단 "자금 흐름을 보기 위해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며 최 회장의 혐의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검찰은 의심나는 모든 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지만 정작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자택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와 관련, 애초 검찰은 압수수색 대상에 최 회장 등의 자택도 포함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이 부분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각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SK그룹 관련자들에 대한 줄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구체적 정황을 확인하는 대로 그룹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한동영 부장검사)도 SK 계열사와 서울지방국세청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함에 따라 SK측이 이희완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장에게 자문료 명목으로 30억원을 건넨 의혹에 대한 수사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그동안 검찰은 SK측이 이 전 국장에게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거액을 건넨 의혹을 두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수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못한 상태였다.